국내 최초의 민군()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가 22일 낮 12시27분(한국 시간) 미국 하와이 남쪽 태평양 적도 공해상(북위 0도, 서경 154도)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KT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밝혔다.
이탈리아의 푸치노에 위치한 관제센터는 발사 1시간 15분 후인 오후 1시42분에 무궁화 5호와 첫 교신에 성공했다. 무궁화 5호는 지구 주위를 돌면서 3차례에 걸쳐 궤도 상승 후 9일 후에는 고도 3만5786km인 정지궤도에 진입해 1996년 발사돼 수명이 다 된 무궁화 2호를 대체하게 된다.
필리핀까지 위성방송 가능=죽을 사()와 음이 같은 4를 피하기 위해 5호로 이름 붙여진 무궁화 5호는 국내 위성 최초로 지상발사대가 아닌 배 위에서 발사됐다. 안전성과 환경, 국제법의 문제를 감안해 해상 발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무궁화 5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한국은 한반도를 넘어 중국 동부와 일본, 대만, 필리핀까지 본격적인 위성 방송 및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KT 관계자는 무궁화 5호에 탑재된 상용 중계기 24개 중 12개는 무궁화 2호의 역할을 대체하고, 나머지 12개는 아시아 지역에 한류() 콘텐츠를 공급하며 해외 한국기업과 본사간 위성 연락망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래전의 핵심역할=무궁화 5호 위성은 창군 이래 최초의 통신위성을 보유하는 군의 전력 증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 위성통신으로 무궁화 5호의 주요 임무는 적의 핵심 군사목표를 타격하는 정밀타격전을 위해 한국군의 전투력을 위성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 이를 위해 무궁화 5호에는 적의 전파방해나 도청 방지 기능을 갖춘 군용 중계기 12개가 탑재돼있다.
현재 우리 군의 주요 통신수단은 지하 광케이블을 이용한 유선통신과 높은 지역에 설치한 중계기를 활용한 무선통신, 무전기 등이다. 이 같은 지상 통신망은 적의 주요타격 목표로 개전 초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상 통신망은 화재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에도 취약하고 통신거리도 제한이 따른다.
그러나 위성통신망은 적의 공격은 물론 자연재해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음성과 영상, 문자 등 모든 형태의 전천후 통신이 가능하다. 또 통신거리도 반경 6000km에 달해 서쪽으로는 말레이 반도 인근의 세계 최대 원유수송로인 말라카 해협, 동쪽으로는 태평양 날짜 변경선까지 통신전파를 보낼 수 있다. 군 지휘부는 이 범위에 파병된 한국군이나 작전 중인 해군 함정, 잠수함과 지상중계소를 거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통신이 가능하다.
또 무궁화 5호는 국방부가 2011년까지 육해공군 주요 전력을 단일 통신망으로 묶는 최신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와 연계돼 미래 네트워크 중심전(NCW)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무궁화 5호의 군용 중계기는 시험평가를 거쳐 관련 군용장비의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10월경부터 실전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선미 윤상호 kimsunmi@donga.com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