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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산다

Posted January. 01, 2007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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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2년, 건국 59년, 경제개발 착수 45년을 맞는 새해 아침에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갈림길이다. 분단과 전쟁을 극복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이뤄 낸 힘으로 선진화()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이 중대한 분기점에서 선진 국민이 될 준비가 돼 있느냐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고, 자괴감을 떨치기 어렵다.

피플 파워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지 20년이지만 실생활의 민주주의는 아득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의 원칙이 심하게 훼손돼 나라의 기틀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국가부도 위기로 몰렸던 10년 전 환란()에서 얻은 값비싼 교훈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호조 속에서 우리만 몇 년째 잠재성장률 자체가 추락하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가 지리멸렬 상태로 계속 가면 2020년에는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정자들은 실사구시() 국리민복()과 거리가 먼 국정운영으로 나라를 뒷걸음질 치게 했다. 현 정권은 국민통합으로 국가에너지를 총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시대착오적 코드와 편 가르기로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 여권의 386세력이 시장과 대립하는 정책으로 부작용을 키운 것도 이념과잉과 무능의 소산이다.

사회 각계도 선진화를 가로막는 의식과 행태를 충분히 털어 내지 못하고 있다. 내 밥그릇은 죽어도 못 내놓겠다는 폭력적 집단이기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반도체와 선박 수출은 세계 1등인데도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약소국 근성,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경직된 노동운동이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올해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해다. 선진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적 우울증을 치유할 유능한 지도자를 유권자의 힘으로 탄생시키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세계의 흐름을 바로 읽고 국익()으로 연결시킬 안목과 행동력을 지닌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혀끝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꾼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시장경제에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에게 나라를 맡겨야 한다.

생산적인 일을 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 봤느냐 여부도 차기 정권을 고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나라살림을 제 살림처럼 알뜰하게 꾸려 갈 수 있다. 세금을 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은 납세의 고통을 몰라 함부로 세금을 때리고, 거둔 세금도 아껴 쓸 줄 모른다.

세계는 세금과 정부지출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수 회원국이 시장경제 활력을 증진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제()개혁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세계은행도 세금체계가 단순하고 작은 정부일수록 탈세와 부패가 줄어 경제성장이 촉진된다고 분석했다.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는 역시 기업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표현을 빌리면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시속 30마일의 노동조합과 25마일의 정부 규제기관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기업들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수출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기업들은 정부가 못 하는 일을 우리가 한다는 자세로 기술개발, 인재양성, 경영혁신을 통해 성장엔진의 출력을 높여 주기 바란다.

21세기 지식사회, 세계화시대에는 국민의 지적() 역량이 곧 나라의 경쟁력이다. 그 출발점은 이념에 사로잡힌 무사안일 교육시스템이 아니라 경쟁, 자율,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제도로 교육을 되살리는 데 있다.

올해는 대선 정국 속에서 남북한미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사회를 더 흔들 우려가 있다. 감상적 민족주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선동해 국민을 두 쪽 내려는 위험한 기도()를 국민의 힘으로 퇴치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흔드는 세력에 단호하게 맞서는 국민이라야 선진 대한민국을 창출할 수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소득뿐 아니라 국격()이 올라가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서 중요한 것은 법치()의 확립이다.

현 정부가 국정과 민생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코드 정권 재창출의 욕심을 버리고 대선 중립을 분명하게 실천하면서 경제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에도 깜짝쇼와 역발상의 정치공작에 집착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올해 우리에겐 국가운영의 중심() 상실 우려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다. 꿈꾸는 국민에게 미래가 있고, 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