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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애연가들 속타네

Posted December. 26, 2007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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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연가들이 자유롭게 담배연기를 내뿜을 수 있는 지구공간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이 피우던 담배를 가져와 소개한 이래 유럽은 수세기 동안 흡연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이제 금연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 못한다.

올해 유럽 각국에서는 각종 금연 조치들이 새로 시작됐다. 1월 벨기에를 필두로 5월 포르투갈, 7월 영국, 8월 덴마크가 전국적으로 식당과 카페, 술집에서 흡연을 금지했다.

실내는 물론 출입구와 환기구, 어린이 놀이터로부터 10m 이내의 실외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호주 퀸스랜드 주에 비하면 경미한 조치일 수 있지만 유럽이 그동안 흡연에 관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조치들이다.

프랑스는 이웃나라들에 비해 강도는 약하지만 2월 공항과 기차역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내년 1월 1일부터 식당과 카페, 술집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더욱 강력한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4일 유럽의 가장 못 말리는 흡연자 프랑스인들이 새로운 규제가 시작될 새해가 다가오자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카페 주인들이 시위에 나섰고 사업가들은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 심리학자들은 국민이 금연 충격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파리에서 발간되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유럽판은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마저 흡연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사회적 통합기능을 담당해온 프랑스의 문화상징 중 하나인 카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카페는 담배와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돼 왔다. 카페는 희뿌연 담배연기 아래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장소로 프랑스인들에게 각인돼왔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생제르맹 거리의 카페 드 플로르와 레 두 마고 등에서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 등이 담배를 피워가며 집필과 토론을 하던 모습은 프랑스인에게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프랑스 카페에선 각종 토론 모임이 활발하다.

40년간 담배를 피워왔다는 베로니크 모랑(51) 씨는 카페는 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계층이 모이는 장소다. 카페에서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금연 조치로 정열적이고 감수성 많은 흡연자들이 배제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1만여 명의 카페 운영업자 등이 파리에서 금연구역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직후 로젤린 바슐로 보건장관은 당초 금연구역에 포함됐던 차양이 처진 테라스를 제외시켰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도 금연구역 확대 조치에 대한 저항이 일고 있다. 독일의 더작센 주 등 3개 주 는 8월 식당, 술집 등에서 흡연을 금지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나머지 13개 주에서도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반발하는 호텔과 식당소유주협회는 22일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600만 명이 참가하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로 유명한 뮌헨에서는 최근 금연구역 확대 실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니더작센 주 고슬라르 시의 한 식당주인은 실내 흡연이 법으로 금지되자 식당 벽에 3개의 구멍을 뚫어 머리와 손을 밖으로 내밀고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황당한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전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