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동영상 전쟁이 벌어졌다. 8일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후보 김연아(20)를 둘러싼 음모설에 관한 동영상이 석연찮은 이유로 계속 삭제되자 한국의 누리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3일 만에 복구시켰다.
닉네임 DES를 쓰는 누리꾼은 김연아의 경기 모습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6분 길이의 동영상으로 편집해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 올렸다. 전문가들이 완벽하다고 칭찬하는 김연아의 점프에 유독 한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피겨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를 주는 심판들)만 자꾸 감점을 줘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동영상은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의 스포츠 전문기자 필립 허시가 인용하며 유명세를 탔다. 허시 기자는 지난달 4일 쓴 칼럼에 이 동영상을 함께 첨부하며 김연아의 점프에 감점을 줬던 이 심판이 올림픽에도 나올 예정이라 우려가 크다고 썼다. 누리꾼들은 칼럼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동영상 역시 20만3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김연아를 둘러싼 음모론에 근거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달 5일 동영상이 사라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DES가 유튜브는 동영상을 만든 내게 이유도 말하지 않고 지웠다는 글을 올리자 파문이 확산됐다. 동영상 첫 화면에 나오는 K. 야마구치의 저작권 침해 요청에 따라 볼 수 없다는 문구도 문제였다. 누리꾼들은 K. 야마구치는 크리스티 야마구치(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같은데 무슨 상관이냐고 반발했다. 누리꾼들은 유튜브 측의 이유가 석연찮다며 일본 누리꾼이나 세계빙상연맹 후원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동영상을 다시 올리고, 삭제되면 또 올렸다. 시간이 날 때마다 클릭해 조회수를 높이는 전략으로 밀고 나갔다. 누리꾼들은 이를 광클(광클릭) 전쟁으로 불렀다. 시간대별로 조회수를 보고하며 다른 이들의 참여도 독려했다. 새로 올린 동영상은 이틀 만에 다시 조회수가 10만 건을 넘겼고, 8일 오전 1시 반경 원래 동영상이 전격 복구됐다. 누리꾼들은 전쟁에서 이겼다며 유튜브는 이제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환호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도쿄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 프로그램에서 깔끔하게 점프를 성공했지만 마리암 로리올 오버윌러(스위스)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로부터 감점을 받아 2위에 머물렀다. 그는 2008년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도 김연아에게 롱 에지(wrong edge)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는 8일 저작권 침해 신고가 들어와 심사를 거쳐 삭제했고, 동영상을 올린 사람으로부터 이의신청이 들어와 다시 검토한 뒤 복구시켰다고 밝혔지만 누가 삭제를 요청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