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항쟁 24주년인 어제 광화문 일대에서는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들이 높은 등록금으로 받는 고통은 이해하지만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민사기극으로 끝난 2008년 광우병 시위가 연상돼 오히려 학생들의 진정성이 퇴색할 우려가 있다. 정치권은 국회에서 부실 대학 정리를 비롯한 대학의 경쟁력확보 방안 및 정부 재정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이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촛불 시위에 나가 학생들 앞에 선 것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 명문사립대인 코넬대 데이비드 스코턴 총장의 교수실에는 책상과 2인용 탁자가 고작이다. 의대교수를 겸임하는 총장을 위해 대학은 시내에 위치한 의대 건물에 번듯한 사무실을 차려주려고 했지만 총장은 병원에 병상 하나라도 더 두라며 마다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자 코넬대는 건물 신축을 뒤로 미루고 교직원 감축 등 행정 슬림화, 교수 책무성 강화를 통해 경비절감 캠페인을 벌였다. 스코턴 총장은 대학총장에게는 지도자와 경영자라는 두개의 역할이 있지만 재정악화 상황에선 경영자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11개 대학 총학장들이 그제 민주당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1.2%수준까지 대학을 지원해야한다 등록금 인하에 적립금을 쓰면 첨단 건축 등에 써야할 돈이 없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학생의 등록금을 낮춰보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도 기업 경영하듯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2030%는 경비를 줄일 수 있다고 대학관계자들은 말한다. 대학 직원들은 방학 때는 단축 근무하면서 교수와 단일호봉 대우를 받는 곳이 많아 교수들에게도 선망의 직종이다. 서울 모 사립대 직원의 2009년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 교수들처럼 테뉴어 심사나 학생 평가 논문 집필의 스트레스도 없다. 강력한 노조가 평생직장과 복지를 보장해줘 신이 숨겨둔 직장으로 꼽힌다.
미국 대학에는 안식년을 골프년을 즐기는 교수들을 흔하다. 골프년에도 연봉을 고스란히 챙긴다. 수원대가 교수 안식년을 6개월로 줄이고, 교직원 수를 다른 대학의 절반만 유지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보수체계를 교육 및 연구 성과와 연계시키는 성과급적 연봉제가 필요하다.
감사원은 전국의 4년제 대학 200여 곳의 재정운용 실태를 분석하고 등록금을 적정성을 따지는 특별감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타율에 의해 강제조정을 당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