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군 작전을 총괄하는 이영호 총참모장이 7월 전격 경질됐고, 후임 총참모장 현영철은 4개월 만에 계급이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바 있다. 또 북한은 지상군의 전후방 보병군단장 9명 중 6명을 최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잇달아 군 고위직들이 교체 또는 강등되는 불명예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김영철은 해임된 이영호의 측근으로 분류돼 이영호 다음은 김영철 차례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영호 해임 이후 3개월이나 지난 뒤에 단행된 김영철 강등 조치는 이와는 별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대대적인 군부 흔들기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군부를 길들이기 위해 과감한 인사조치와 예산 틀어쥐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7월 국회 보고에서 이영호의 해임에 대해 김정은이 군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영호가 비협조적 태도를 취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울러 김정은은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를 군 최고 요직인 총정치국장에 앉혀 조직을 통제하고 그동안 군부가 갖고 있던 각종 이권사업을 내각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군부가 입김을 행사하던 외자유치 부분이 민간인 출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총괄업무로 재조정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식 선군정치 아래서 과도하게 커졌던 군부의 영향력을 누르기 위한 견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군부뿐만 아니라 내각에서도 장관급인 상()을 잇달아 교체하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 교체된 내각의 상은 7명에 달하며 이 중 4명이 10월에 바뀌었다. 이런 인사 쇄신을 통해 경제개혁을 이끌 젊은 인재를 중용하는 등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정은의 군부 흔들기 조치에 대해 군 내부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하자원 수출 등 수익사업 권한을 내각에 빼앗기면서 돈줄이 끊긴 군부대가 민간을 상대로 약탈행위를 하거나 장교까지 상관의 명령에 반항하는 등 불안정한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며 북한은 민간에 대한 약탈을 하지 않겠다는 장병들의 서약까지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북한 군부대의 식량사정이 말도 못할 지경으로 나빠졌으며 올해 3명의 북한군 병사가 동서부전선에서 휴전선을 넘어 귀순한 것도 이런 군부대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탈북자단체의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원천봉쇄한 것도 이런 군부 일각의 과격불만세력이 돌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전단 살포지점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북한이 실제로 포를 쏠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불안정한 북한군 내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방사포 진지의 포문을 개방해 발포 준비에 들어가는 등 우리 측을 위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