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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이렇게 타개할 수 있다

Posted December. 19, 2013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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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도 아니고 늘 12월이 되면 북한발 뉴스에 깜짝 놀란다. 2년 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그리고 올해는 장성택 처형에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나라는 어디를 향해 달려갈 것인가. 우리는 숨을 죽이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공포를 가장 가깝게 공유하고 밀접하게 연대해 나가야 할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도 못 가진 채 결국 해를 넘길 듯하다. 아베 신조() 총리 탄생,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양국은 게다가 지난달 중국으로부터도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동중국해 상공에서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얘기다. 주 표적이 일본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으로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방중으로 만들어진 밀월 무드에 찬물이 뿌려진 것이 아닌가.

사실 일본에서는 올가을부터 일본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유연해진 징후가 있다고 보고 아베 총리 등이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한국은 한동안 그냥 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자는 분위기까지 생겼지만 그런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더욱더 한일은 관계 회복에 진지하게 움직일 때다. 내년에는 정상회담이 열리도록 서로 발상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일본에 개선을 촉구하는 역사인식 문제와 목에 걸린 가장 큰 가시라고 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획을 긋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역사인식에 대해 말하자면 아베 총리의 언동에 곡절이 있었다 해도 전후 50년을 맞아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먀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1995년)를 현 정권에서도 전체 다 계승해 나간다고 의회에서 말한 것은 무거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평가하면서 변화가 없는 거지요라고 아베 총리에게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한일 정상이 교환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것도 좋다.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표현을 빌려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명확히 사죄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를 평가해 화해의 길을 제시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교환한 외교문서를 일본 총리가 계승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한국도 그 이상 아베 총리에게 새로운 사죄는 요구하지 않는 게 좋다.

다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이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곡절이 있었지만 최근 의회에서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쓰라린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에 대해서도 계승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과거 일본에서 만들어진 아시아 여성기금의 보상금을 거부한 할머니들에게 공금으로 새로 보상할지 여부다. 이 대목에서는 아베 총리가 9월 유엔에서 한 연설을 거론하는 게 좋다.

아베 총리는 분개해야 할 것은 21세기에 들어서도 무력분쟁하에 여성에 대한 성적폭력이 그치지 않는 현실이다라고 강조하며 그 예방과 피해자 구제에 틀림없이 공금을 사용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무시하면서 무슨 말을이라고 매섭게 비판했지만 세상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오히려 이 연설을 활용해 이런 식으로 말을 꺼내면 어떨까.

아베 총리. 멋진 생각입니다. 대찬성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피해 예방에 나선다면 우선은 과거 상처를 안은 가까이 있는 여성들의 마음 치료 문제부터 함께 해결합시다. 이렇게 제안하면 아베 총리의 마음도 반드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이를 거부한다면 아베 연설의 평판은 국제사회에서 땅에 떨어질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내에 양 극단의 강경 의견이 있어 해결을 어렵게 해왔다. 양국 정부가 대국적인 판단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해결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해결을 못하면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들의 한을 달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 미래에도 큰 화근을 남길 것이다.

1년 반 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이때를 목표로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그 출발점을 만들 사람은 양국 정상 외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