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 한국 TV드라마의 대사 한마디가 중국 대륙에 치맥 열풍을 불러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에서 여주인공 전지현이 이 말을 한 뒤 중국 상하이에선 한국식 닭튀김을 사먹으려면 3시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가 됐다. 보통 치킨과 콜라를 함께 먹던 중국인들의 식습관까지 바꿨다는 말이 나온다.
별그대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거의 동시에 중국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에서 방송된 지 1시간이면 중국 인터넷에 뜨고, 2시간이면 중국어 자막까지 달린다.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드라마 회사 애기예()에 인터넷 판권을 팔아 방영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 바이두에는 매일 별그대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다. 판빙빙 고원원 같은 중국의 톱스타들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방송 캡처 사진을 올리며 광팬임을 고백하고 있다.
1990년대에 일본에 욘사마(배용준)가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중국에 김수현이 있다고 할 만하다. 김수현의 웨이보 팔로워 수는 370만 명을 넘어섰다. 김수현 생일을 맞아 중국 팬클럽은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별그대에 앞서 드라마 상속자들도 인기를 끌어 주인공 이민호는 중국에서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설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드라마 대장금 이후 잠잠했던 한류 열풍이 다시 중국에 불고 있다.
한류는 한국 문화를 알릴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진다. CJ 뚜레주르 중국 매장들은 김수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덕분에 매출이 작년보다 30% 늘었다. 치킨업체 BBQ는 중국 155개 매장에 치맥 세트를 새로 만들었다. 작년 같은 기간 치킨과 맥주 판매보다 50%나 급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나면 일반 소비재 상품은 412달러,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은 평균 395달러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경제만으로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문화를 비롯한 소프트콘텐츠 산업이 커져야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양질의 문화 콘텐츠가 계속 생산되려면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 분야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한류야말로 최고의 창조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