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버텼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정말 살기 위해 버텼습니다.”
가까스로 새 투자자를 찾은 이스타항공의 공식 근로자 협의체 ‘근로자연대’의 장문기 이스타항공 정비본부 팀장은 요즘 안부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장 팀장은 “긴 터널을 지나고나니 더 의욕이 생긴다. 이젠 새로운 도약 준비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인수자를 찾기 위한 지난 1년 반을 ‘살아 있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회사가 살아남긴 할지, 인수자가 나타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는 초토화가 됐다.
직원들은 1년 넘게 급여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했다. 직원들은 택배, 배달, 대리운전, 카페 아르바이트, 일용직 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낸 직원도, 사채를 알아보다 눈물지은 직원도 있었다.
생계를 지키기도 빠듯했지만 그 와중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남은 비행기 4대를 지키려 노력했다. 장 팀장은 “비행기가 있어야 새로운 인수자가 우리를 찾을 것이라고 믿었다. 비행기는 지키자는 신념으로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공항에 나와 비행기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한때 항공기 23대를 운영하던 회사다. 하지만 재무 상황이 나빠지자 항공기 리스사들이 하나 둘씩 비행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근로자연대 이진호 정비본부 과장은 “리스사들도 어쩔 수 없다며 비행기를 가져갔다. 그나마 일부 리스사가 이스타항공의 재운항을 믿고 항공기를 안 가져갔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항공기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 돈이 없어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부품을 사기도 했다. 점검을 받을 때 비행기를 돌릴 항공유가 없어서 정유사로부터 항공유를 빌려온 적도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성정을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장 팀장은 “인수 소식 이후 오히려 리스사들이 비행기를 써달라고 연락이 온다. 이스타항공이 다시 이륙하는 날엔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