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예방•대응 시스템도, 책임자도 모두 잠들어 있었다
Posted November. 05, 2022 07:21
Updated November. 05, 2022 07:21
재난 예방•대응 시스템도, 책임자도 모두 잠들어 있었다.
November. 05, 202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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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으로 시작됐던 한 주가 마무리돼간다. 오늘이면 7일간의 국민애도기간도 끝난다. 하지만 충격과 슬픔, 무기력감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14개국 26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156명의 젊은이가 숨지고 151명이 다친 참사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재난을 막기 위한 예방과 대응 체계의 부실함이 참담하고, 사후 수습 과정도 미덥지 않고 실망스럽기만 하다. 특히 감찰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찰 지휘부의 안이한 대처와 기강 해이는 언제 유사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참사가 발생한 밤 10시15분 훨씬 이전부터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상황실 실무자들은 사고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압사당하겠다”는 112 신고가 4시간 전부터 잇따르자 용산서 이태원 현장 담당 경찰관은 2시간 30분 전 “교통기동대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4개 기동대가 있었지만 현장 투입은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기동대만 제때 출동했더라도 서울 한복판에서 깔려 죽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기동대 투입 지연은 경찰의 ‘지휘 공백’ 탓이 크다. 현장 상황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밤 9시 반 상황을 보고받고도 현장에는 밤11시 지나 도착했다. 그래놓고 10시20분경 현장 지휘를 시작했다고 상황 보고를 허위로 작성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장의 늑장보고도 놓치는 바람에 자정이 넘어서야 현장에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야 사고를 인지했다. 참사 당일 고향인 충북 청주에 내려갔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 보고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서울로 이동하느라 새벽2시30분에야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치안의 총책임자가 비상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 말이 되나. 대통령이 소방당국의 보고를 받은 시각이 밤11시1분이다.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했기에 경찰 수뇌부는 이보다 35분∼1시간이 더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한 건가. 경찰은 핼러윈 이벤트처럼 주최 측이 없는 대규모 행사의 대응 매뉴얼이 필요함을 인지하고도 7년 동안 제도 정비를 하지 않았다. 설사 해당 매뉴얼이 없어도 2005년 다수의 인파가 모이는 상황에 대비해 마련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만 따랐더라면 어이없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이 매뉴얼의 예방수칙을 무시한 경위와 현장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땅에 떨어진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쇄신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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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으로 시작됐던 한 주가 마무리돼간다. 오늘이면 7일간의 국민애도기간도 끝난다. 하지만 충격과 슬픔, 무기력감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14개국 26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156명의 젊은이가 숨지고 151명이 다친 참사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재난을 막기 위한 예방과 대응 체계의 부실함이 참담하고, 사후 수습 과정도 미덥지 않고 실망스럽기만 하다.
특히 감찰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찰 지휘부의 안이한 대처와 기강 해이는 언제 유사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참사가 발생한 밤 10시15분 훨씬 이전부터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상황실 실무자들은 사고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압사당하겠다”는 112 신고가 4시간 전부터 잇따르자 용산서 이태원 현장 담당 경찰관은 2시간 30분 전 “교통기동대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4개 기동대가 있었지만 현장 투입은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기동대만 제때 출동했더라도 서울 한복판에서 깔려 죽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기동대 투입 지연은 경찰의 ‘지휘 공백’ 탓이 크다. 현장 상황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밤 9시 반 상황을 보고받고도 현장에는 밤11시 지나 도착했다. 그래놓고 10시20분경 현장 지휘를 시작했다고 상황 보고를 허위로 작성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장의 늑장보고도 놓치는 바람에 자정이 넘어서야 현장에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야 사고를 인지했다. 참사 당일 고향인 충북 청주에 내려갔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 보고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서울로 이동하느라 새벽2시30분에야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치안의 총책임자가 비상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 말이 되나. 대통령이 소방당국의 보고를 받은 시각이 밤11시1분이다.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했기에 경찰 수뇌부는 이보다 35분∼1시간이 더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한 건가.
경찰은 핼러윈 이벤트처럼 주최 측이 없는 대규모 행사의 대응 매뉴얼이 필요함을 인지하고도 7년 동안 제도 정비를 하지 않았다. 설사 해당 매뉴얼이 없어도 2005년 다수의 인파가 모이는 상황에 대비해 마련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만 따랐더라면 어이없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이 매뉴얼의 예방수칙을 무시한 경위와 현장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땅에 떨어진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쇄신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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