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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사회 우로 우로

Posted February. 22, 20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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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문부과학상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교직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어느 정도 방향성이 확실한 교과서가 채택된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 출판사는 팔리기만 하면 좋으니까 일정한 방향으로 글을 쓰는 집필자들에게 교과서 집필을 의뢰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발언은 일본도 핵무장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방위청 차관에서 해임된 자민당 니시무라 신고()의원이 전쟁 책임을 강조하는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견해를 물은데 대한 답변이었다.

마치무라 문부과학상의 발언은 교직원들이 전쟁 책임을 강조하는 교과서를 선호하니까 출판사들도 그렇게 쓰는데 그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의 교과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문부과학상의 이 발언은 요즘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재는 척도라고 할수 있다.

도쿄()의 지하철 내에는 얼마 전까지 국민의 역사60만부 팔리는 베스트 셀러로라는 선전 문구가 붙어 있었다. 국민의 역사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회장인 니시오 간지 전기통신대교수가 쓴 책이다.

요즘도 도쿄 시내에는 온통 검은 칠을 하고 고성능 마이크를 단 우익단체들의 대형 차량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들이 내건 천황을 위해 역적들을 죽여야 한다는 플래카드 속에는 과거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짙은 향수가 배어 있다.

인터넷을 통한 공세도 만만찮다. 일본 정부는 이웃나라의 쓸데없는 내정간섭에 사과만 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졌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일본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한국의 상황을 설명해도 예전처럼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다. 일본 사회가 예전보다 너무 변한 것 같아 무섭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