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개각'을 두고 국정쇄신을 내세우기는 아무래도 겸연쩍을 듯 싶다. 이번 개각의 특징은 DJP 공조 및 민국당과의 정책연합을 염두에 둔 정파간 자리 나눠먹기와 김대중()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내사람 심기 포석'이다.
좁은 인재 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참신성이나 개혁성, 전문성은 구색에 그치고 전체적으로는 '고만고만한 인물'들의 자리 재배치란 느낌이 강하다. 김대통령으로서는 국회에서의 수적 우위 확보를 위해 자민련과 민국당을 붙들어야 하고, 임기 후반의 권력 안정을 위해 '내사람'을 곁에 둬야하는 등 이것저것 고려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DJ식 인사'로 국민에게 국정쇄신의 새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평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민이 기대해온 국정쇄신의 큰그림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정파간 정략적 이해를 초월하고, '내편 내사람'의 좁은 틀에서 벗어난 '코리아드림팀'으로 정말 국정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자민련측의 대거입각은 말이야 '공동정부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지만 실상은 'DJP 공조' 복원의 반대급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주기 위해 민주당을 떠난 이른바 꿔주기의원중 한 명인 장재식(꿔)의원이 자신의 '장담'대로 입각한 것은 장관자리가 정치적 흥정의 대가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정당의 뿌리와 이념적 정체성이 다른 자민련과의 정책공조도 삐긋거리는 판에 민국당에 장관 자리 하나 주고 정책연합을 한다는 발상 역시 지나치게 정략적이다. 도대체 연합을 하네, 못하네를 두고 내부싸움을 벌이는 정당과 무슨 정책연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국정은 뒷전이고 정치적 세불리기에 급급한다는 비난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경제팀의 경우 그동안 국제관행에 어긋난 정책추진으로 개혁정신을 후퇴시키고 부실금고 언급으로 자금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등 실책과 실언이 가장 많았던 재정 금융분야와 경제수석이 유임됨으로써 개각의 신선도가 떨어졌다. 또 새로 들어온 산자부 건교부 해양수산부 장관들은 이 분야의 일을 해본적이 거의 없어 전문성 강화라는 차원에서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개각에 대한 비판여론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