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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속 안 지키는 북한

Posted March. 29, 20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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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차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탁구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온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음 달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46회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기로 한 것은 3월10일 북한을 방문했던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가져온 성과 중 하나였다. 국가간의 약속을, 그것도 이처럼 비정치적인 문화체육 분야의 약속을 쉽사리 파기하는 북한의 행태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4월3일부터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는 4차 남북 적십자회담도 북측이 아직까지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은 탁구 단일팀 구성 약속을 왜 깼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남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완전 합의를 이룩하기 어렵게 된 형편 과 준비상 관계 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어렵게 된 형편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야 할 게 아닌가. 북한이 최근 잇따라 남북간의 합의 사항을 깨는 것은 대북()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사고방식이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핵심은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중심이 되어 해결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북-미관계 때문에 남북관계가 정체된다는 것은 북한 스스로가 모순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 북-미관계에서 성과를 원한다면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에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북교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그 성과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인식도 점차 개선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점점 더 못 믿을 상대가 될 뿐이고, 그 불이익은 결국 북한에게 돌아간다.

최근 남북관계가 정체된 데에는 우리측의 문제도 없지 않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해 북한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행태가 그것이다. 이번 탁구 단일팀 논의 과정에서 김한길 장관이 서명문서 한 장 없이 구두로만 합의하고 돌아와 큰 성과인 양 서둘러 발표한 것이 비근한 예다. 북한은 그동안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이나 실질적인 군사 대화는 회피하면서 실리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시기 역시 아직껏 분명치 않다. 북한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