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국방장관은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인 4개 초대형 전력증강사업(X 프로젝트)에 대한 중간점검을 지시했다. 차세대전투기(FX) 대형공격헬기(AHX) 차기유도무기(SAMX) 차세대구축함(KDX3)사업 등 총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는 이 사업을 놓고 로비전이 치열한 가운데 온갖 잡음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X 프로젝트의 진행상황과 가열되는 로비전, 한미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적 함수관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요즘 밤마다 X 파일 꿈 때문에 자다가도 식은땀을 흘린다.
국방부 전력증강사업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 고위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올해 FX사업을 비롯한 10조원대의 초대형 X 프로젝트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에선 자칫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내야 할 것이란 얘기다. 내년 상반기에는 1조8000억원대의 공중조기경보기(EX)사업도 기다리고 있다.
나눠먹기식 사업 착수
한 정권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형사업이 올해 한꺼번에 몰린 데는 육해공 3군의 제몫 찾기식 로비전에서 비롯됐다. 당초 국방부 중기계획에는 올해 공군의 FX와 SAMX사업만 착수하게 돼 있었다. 그러다 내년으로 예정됐던 육군 AHX사업과 해군 KDX3사업이 1년 앞당겨 추진되면서 전체 사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들 모두 97년 외환위기로 미뤄졌던 각군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 특히 지난해 615 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면서 각군의 치열한 로비전이 전개됐고 육군과 해군 사업이 끼어든 것.
그렇다고 이들 사업을 마냥 늦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군 균형발전과 미래전 수행능력 확보, 통일 후 주변국 위협 대비 등을 위해 한시바삐 갖춰야 할 전력들이기 때문이다.
예산문제 없나
각군의 사업이 이처럼 각개약진하다 보니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대체 사업의 우선순위도 없이 각 군별로 무작정 고(Go)!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육군의 AHX사업에 대해선 사업추진 자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다른 사업보다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최근 육군은 AHX사업 논란을 계기로 직제에도 없는 홍보기획과를 만들어 반대론을 잠재우고 있다.
또 앞으로 79년간 10조원대의 국방예산을 새로운 사업에 쏟아부어야 하는데 가뜩이나 국방예산 긴축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에 과연 뒷감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계약이 체결되면 앞으로 지급해야 할 막대한 돈은 모두 국가채무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매년 정부 재정증가율에 상응하는 6%의 국방예산 증가율만 유지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관계 진전과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국방예산 긴축 압력이 더 가중될 가능성도 있으며 그럴 경우 사업추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후유증 없을까
과거 한국형 전투기(KFP)사업이나 린다 김 로비사건 등 대형 전력증강사업 때마다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경험에 비춰 이번에도 무기도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벌써부터 무기수출국 정부 및 업체 고위인사와 에이전트들의 치열한 로비전이 전개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잡음과 소문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에선 거액의 커미션이 이미 정치권에 유입됐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이 흘러나오고 있고, 일각에선 이미 정치적 협상으로 모든 사업이 결정돼 요식절차만 남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동신() 국방부장관이 취임 직후 이들 사업에 대해 중간 점검 지시를 내린 것도 향후 불거질지 모르는 각종 후유증과 의혹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점검결과에 따라선 추진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업이나 연내라는 시한에 쫓기며 추진돼 온 일부 사업이 재조정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가격이나 기술이전 등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군내에선 이번 중간 점검이 한창 협상이 진행중인 사업들에 정치적 판단이 끼어들게 함으로써 또다른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