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9일 초강경으로 급선회했다. 정부가 최상룡()주일대사를 사실상의 소환 성격으로 일시 귀국시키기로 한 것은 그동안 견지해온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하는 정치권과 국민 여론에 밀려 뒤늦게 쇼크 요법을 쓰기로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한일관계의 큰 틀을 지키자던 초심()이 국내정치적 부담에 밀린 꼴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왜 급선회했나
9일 오전 외교통상부 실국장회의에서 한승수()장관은 교과서문제에 대한 국회의 대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방침을 잘 설명하자는 취지였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들어 정부내 기류가 급변하더니 최대사의 일시귀국 조치가 전격 발표됐다. 외교부의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9일 오전부터 위쪽(청와대)이 강경으로 급선회했는데, 비난여론을 견디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그동안 교과서문제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며 외교부가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말해 왔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국회에서도 집중포화가 예상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는 있나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 반대 일본문화 추가개방 중단 천황 호칭 변경 주일대사의 소환 또는 일시귀국 중국과의 연대 등 일련의 강경 대응책에는 부정적이었다. 소탐대실()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일본을 자극해 교과서 재수정 등 실질적 성과를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았던 것.
정부 당국자들은 최상룡대사 일시귀국 조치에 대해서도 정부가 오죽 (국내적으로) 어려우면 이러겠느냐며 국내용 단기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소환과 일시귀국의 차이
소환은 양국간 외교현안이 해결될 때까지 대사를 주재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초강경 조치다. 민감한 외교 사안에서 완전 양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사실상 단교()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정부도 그동안 한일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면 일시귀국 조치를 통해 사실상 소환의 효과를 거두는 전술을 써왔다. 최대사 일시귀국 조치는 그 세 번째.
일시귀국도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불만과 항의의 뜻이 있지만 업무협의가 끝나면 주재국의 상응 조치 여부에 관계없이 임지로 귀환하게 되는 점이 정식 소환과 다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