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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하에게 돈받는 게 관행인가

Posted April. 23, 200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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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전병에게 3700만원이라는 거액을 도난당한 문일섭() 전 국방차관의 해명이 기가 막히다. 문씨는 현직에 있던 한달 전 10만원권 수표 70장과 현금 800만원, 달러화 1만7000달러를 집에서 도난당했는데, 달러화는 작년 8월 차관 부임 이후 78회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쓰고 남은 돈과 3월26일로 예정됐던 터키 출장을 앞두고 군 간부들로부터 받은 돈 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외국 출장 때 서로가 돈을 거둬 주는게 국방부의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공직자의 해외출장 때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여비에 보태 쓰라고 얼마간의 돈을 주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상사가 부하직원에게서 촌지 를 받는 것도 관행이란 말인가. 더욱이 한번 해외여행에 수천 달러씩이나 받았다면 그것은 이미 촌지가 아니라 뇌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직자들에게 무슨 돈이 있어 적지 않은 돈을 상사에게 건넸는지도 의문이고, 그 저의도 지극히 의심스럽다. 한 마디로 이런 비정상적인 금품 수수는 더 큰 부정과 비리로 발전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게 관행이라면 당장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계속된다면 국민의 불신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가 망한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한 부처의 집안살림을 도맡아 챙겨야 하는 차관이라는 사람이 부하들의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구태와 악습에 연연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문씨는 현금에 대해서 판공비 중 쓰다 남은 돈 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사리에 맞지 않는 해명이다. 판공비는 말 그대로 직무 수행과 관련해서 사용하는 돈이다. 그런 돈이 도대체 왜 집안에 남아 있는가. 고위 공직자의 판공비가 그렇게 쓰고 남을만큼 넉넉하다면 대폭 삭감하는 게 마땅하다. 사건 당시 문씨가 잃어버린 돈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도 몰랐고, 돈이 종이상자에 넣어져 베란다에 놓여 있었다는 경찰의 정황 설명에 이르면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극단적인 경우로 사채업자에게 돈 몇백만원을 꾸기 위해 신체포기각서까지 써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하는 한탄이 저절로 나올 법한 일이다.

이른바 미풍양속이라는 허울 아래 계속되어온 공직자들의 이런 행태는 철저하게 근절되어야 한다. 이런 악습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말하는 깨끗한 사회 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공직자라면 모름지기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