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주목하는 KOREA한국인의 기대와 달리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분단국가 정치 경제가 불안정한 나라 등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 88서울올림픽이 한국을 널리 알렸지만 이미지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KOTRA가 5월 72개국 1만2793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도 분단국가가 33%로 가장 많았고 월드컵(29%), 고도성장(25%), 88올림픽(13%) 순이었다. 한국을 잘 알거나 안다고 응답한 사람은 28%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일 월드컵은 이런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주재원과 교포들은 이번 월드컵처럼 한국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가 집중적으로 부각된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1950년 일본으로 건너가 자동번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고덴샤를 운영하고 있는 고기수 사장은 한국이 세계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한국전쟁, 박정희 대통령 서거, 외환위기 등 모두 부정적 사건이었다며 이번 월드컵처럼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뉴스가 넘친 것은 생전 처음 본다고 일본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변화는 세계인을 한꺼번에 몰입시키는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의 성격, 한국 축구팀의 4강 신화,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전 국민의 열정적이고 질서 있는 응원 등 삼박자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외국의 유수 언론들은 한국팀의 승전보뿐만 아니라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길거리 응원과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을 연일 부각시켰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붉은 악마의 춤이 한국을 바꾸고 있다 동방의 태양이 한국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등의 제목으로 현지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또 한국팀의 투혼과 한반도를 뒤덮은 붉은 응원단의 열정과 자제력이 60억 세계인에게 TV스크린을 통해 가감 없이 전해지면서 열정의 나라, 코리아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나타나는 청신호한일 월드컵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는 IT산업. 6월 중 삼성전자의 영국 내 프로젝션TV 판매는 작년 6월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한국의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KT는 최근 인도네시아와 1억달러의 e정부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아시아 통신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일 월드컵 공식후원사가 된 KT는 이번 월드컵 마케팅의 효과를 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SDS는 중국 휴양시설 전문기업과 2억달러 규모의 관광정보화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IT강국, 한국이 집중 부각돼 IT 관련 제품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일 월드컵은 한국제품 딜러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줬다. LG전자 아랍에미리트 현지딜러인 무라드 압둘라 무라드는 한국본사에 한국의 위상이 놀라울 정도로 올라갔다며 LG제품을 취급하는 내 자신도 자부심을 느낀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드컵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의 딜러들도 마찬가지. 현대차 유럽본부 김용환 이사는 딜러들로부터 월드컵 후원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광고효과로 따지면 수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하임숙 eye@donga.com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