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해 7월 김원길()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약가 인하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서신을 보내 이 문제를 통상 이슈화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 편지의 내용은 지난해 7월 미 상무부 도널드 에번스 장관이 김원길 당시 복지부장관에 보낸 것과 거의 같고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보내는 친서 형식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문서는 미 상무장관이 김원길 장관에게 보냈던 편지와는 달리 외교경로를 통해 전달된 것이라 제약사 이익 문제가 한미 정부간에 통상 이슈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편지가 전달된 시점에 관해서는 34월경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담당부서는 이 편지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 대외비 외교문서란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도 편지 복사본을 보관중인 복지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역시 대외비 외교문건을 독자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으며 당초 편지가 전달된 외교통상부와 협의한 다음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일단 거부한 상태다.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해 7월 김원길 당시 복지부장관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참조가격제 등 약가 인하정책이 미국 제약사에 대한 차별정책이 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심각한 무역분쟁으로 커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오리지널 의약품 40여개를 포함, 국내에 유통중인 약품 중 사용빈도가 높은 5200여개의 품목을 7개 효능군으로 나눈 뒤 참조가격제를 시행하려했으나 미국 등 이해당사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의 반발로 지난해 10월 백지화했다.
대통령수석비서관 재임시 김 전 장관과 함께 참조가격제를 추진했던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올 1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취임한 뒤 참조가격제 재추진을 포함한 약가 인하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다 11일 취임 5개월여 만에 경질됐다.
한편 이 전 장관은 11일 경질시 제기한 제약사 로비설 파문이 커지자 외부와 접촉을 끊었으며 16일부터는 부인과 함께 지방의 천주교 관련 시설에 머물고 있다.
약품을 효능별로 동일군으로 나눠 기준가격(참조가격)을 정해놓은 다음 건보재정에서는 이 가격 내에서만 부담하고 초과분은 환자가 모두 부담토록 하는 제도. 약효는 카피약과 같지만 오리지널이란 이유로 특허기간 만료 후에도 비싸게 팔리는 약품 등 고가의약품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9년 독일이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뉴질랜드 폴란드 슬로베니아 스페인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이 차례로 도입해 시행중이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