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뇌물을 주고받는 부도덕하고 음습한 뒷거래를 연상시킨다. 과거에도 이 말을 자주 들었지만 현정권 들어 더 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억력 탓인지 모른다. 사상 처음으로 사정기관 최고 총수가 구속된 옷로비사건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고 벤처기업가의 정관계 로비의혹도 꼬리를 물었다. 무기거래를 둘러싸고 미국회사의 한국여성 로비스트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지난 정권의 국방장관 행태는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로비라는 말의 유래는 국회의사당 복도(lobby)라는 게 정설이다. 원래 영국 하원의 복도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린 데서 비롯됐다. 미국에서는 백악관 근처의 호텔 로비에서 법안을 논의한 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입법이나 정책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거나 의원 또는 관계자를 접촉하는 활동을 로비라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선 로비에 대해 우리처럼 부정적이지 않다. 로비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로비활동과 소득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등록하도록 하는 로비활동공개법이나 외국로비스트등록법이 제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정치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정치와 외교의 중심지인 워싱턴은 로비스트의 본거지이다. 워싱턴에만 10만여명에 이르는 로비스트는 출신이나 하는 일의 종류도 다양하다. 특정국가나 민족을 위해 일하는가 하면 금융업체 담배회사 총기류제조회사 등 특정산업의 이익단체를 위한 로비스트도 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과 대만이 로비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러는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여성이 로비스트로 등장해 워싱턴 정가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로비의 성패는 얼마나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내는가에 달려있다. 지나친 로비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미국에서도 과도한 로비에 대해서는 반대여론도 있다. 심지어 로비스트나 로비회사들이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도 로비활동을 막지는 않는다. 로비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마도 로비에 흔들리는 의회와 행정부가 잘못이라는 뜻일 게다. 지금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문제로 시끄럽다. 약값 인하를 저지하려는 제약회사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부가 압력을 가해 복지부장관이 경질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압력편지를 보냈다는 미국을 성토해야 하는가, 아니면 압력에 굴복한 우리 정부를 탓해야 하는가.
박영균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