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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법관 대통령, 사면권 남용

Posted August. 08, 200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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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특별사면 등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현직 판사들이 사법권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진 적은 있지만 법관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성적 위주의 법관서열제 등을 비판해 왔던 서울지법 정진경(사시 27회) 판사는 7일 법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사면권은 대통령의 무제한의 특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면이 국민화합과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권력 유지 및 강화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온갖 비리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등이 정권의 편의에 따라 사면돼 왔고 걸핏하면 대량 사면이 이뤄져왔는데 이는 법을 통치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로 엄청난 노력과 고민을 기울인 판결들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돼버릴 때 판사들이 느끼는 참담함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느냐며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대법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에서 사면 복권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어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변한 것도 문제삼았다. 사법권의 본질이 훼손될 위험을 경고해야 할 법원이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사면권 행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엄격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정권은 각종 형사관계법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판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사면권 행사의 필요성을 줄여나가는 방법으로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이충상(사시 24회) 부장판사도 이날 게시판을 통해 사면권 남용에 대해 법관으로서 울분과 무력감을 느꼈던 일이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중립적 사면위원회 구성 등의 사면법 개정을 제안했다.

정부는 2000년 3만4000명을 사면, 복권하는 등 지금까지 7차례나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고 지난달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자 481만명의 벌점을 전면 말소하는 사면조치를 내렸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