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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한 관재 수천억 보상해줘야

Posted August. 25, 20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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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주민의 젖줄인 본류 길이 525의 낙동강. 이달 초의 집중호우로 낙동강 주변 경남지역 곳곳이 침수되면서 주택과 농경지들이 초토화됐다.

당국은 어쩔 수 없는 자연 파괴의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주민들은 당국의 무관심이 피해를 키웠다고 강변한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인재라고 보고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는 한편 변호사 선임을 마치고 정부를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경찰이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감사원 감사 등도 계획돼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재()가 피해를 키웠다주민들은 제방이 무너지고 배수장 가동이 중단돼 더욱 큰 피해가 났으며 이는 당국이 사전에 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대째 김해시 한림면에서 살고 있는 이광섭(61)씨는 2000년 3월 시정보고회에서 한림배수장을 증설하고 화포천을 하루빨리 준설해야 한다고 시에 강력히 건의했다며 설마 설마 하다가 화포천이 범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림, 생림, 진례면과 진영읍 등 김해시 4개 읍 면의 엄청난 물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화포천과, 화포천의 물을 낙동강으로 퍼내는 한림배수장의 관리 부실로 피해가 생겼다는 것.

함안군 법수면 백산제방 붕괴 피해대책위원회는 시공업체가 백산제방 증축 공사를 부실하게 했다가 재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집중호우로 붕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배수관로 매설 당시 폐기물로 되메우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합천군 청덕면 주민들도 오랫동안 멀쩡하던 제방이 이번에 무너진 것은 부실공사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제방 붕괴 이전에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 신고를 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치수() 정책이 허술했다경남의 하천 개수율()은 42.1%에 불과하다. 낙동강 하류여서 수해에 취약한데도 하천과 제방을 보강하는 개수율이 전국 평균인 66.8%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

주민들은 화포천 준설 문제 등을 제기한 지가 10년도 넘었다며 김해 화포천과 한림배수장을 허술한 수해대책의 전형으로 꼽았다.

97년 11월 김해시가 화포천 기본계획 재수립을 요구하자 경남도는 재정형편상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후 김해시와 경남도는 5년간 서류만 몇 차례 주고받았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

한림배수장이 제 역할을 하려면 초당 배수능력이 110t은 넘어야 하지만 현재 31t에 불과하다. 농민 이득만(44)씨는 낙동강 주변 배수장의 펌프가 낡은 데다 자체 발전기가 없고, 전용 전기선마저 확보돼 있지 않아 정전이 됐을 때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하천과 제방, 배수장의 관리가 자치단체와 국토관리청, 농업기반공사 등으로 제각각인 것도 수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산 창원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물주머니 역할을 하는 낙동강 배후습지 대부분이 농경지나 택지, 공단 등으로 무차별 개발되면서 이 같은 재앙은 예고된 것이라며 하천관리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복구와 보상, 수재민 구호도 중요하지만 물난리를 막을 항구적인 수방 대책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