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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 3명 폭행 사망 박정권 전향공작 은폐"

장기수 3명 폭행 사망 박정권 전향공작 은폐"

Posted August. 29, 20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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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시절인 1973년부터 진행된 전향공작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비전향장기수와 좌익 수형자가 사망했고 전향공작 전담반을 구성해 이들에 대한 강제 사상전향을 주도한 중앙정보부와 법무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29일 교도소에서 발생한 의문사 3건에 대한 중간조사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진상규명위 김준곤() 상임위원은 74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 사망한 좌익 수형자 최석기씨(당시 43세)와 비전향장기수 박융서씨(당시 53세), 76년 대구교도소에서 사망한 비전향장기수 손윤규씨(당시 53세)는 전향공작 중 당한 폭행이 사망의 직간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씨를 폭행한 조모씨(당시 29세)는 일반사범 중 전향공작을 하기 위해 선발된 이른바 떡봉이로 이후에도 좌익수 전향공작 전담반에서 활동하며 전향공작에 참가했다.

최씨가 사망한 뒤 교도소장과 중앙정보부 관계자들은 사건 처리대책을 의논해 4월6일 최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처리, 법무부장관에 보고하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고 진상규명위는 설명했다.

74년 7월20일 사망한 비전향장기수 박씨도 떡봉이들로부터 사망 당일 격리사동으로 옮겨진 뒤 온 몸을 바늘로 찔리는 등 고문을 당한 직후 교도소 창살의 유리 파편으로 동맥을 끊어 자살했다.

박씨는 고문을 당한 뒤 벽에 전향공작 강요 말라는 혈서를 쓰고 자살했다고 진상규명위는 밝혔다. 교도소와 중앙정보부측은 전향공작원의 폭행으로 박씨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사실을 숨기고 단순 자살로 처리했다는 것.

또 손씨는 대구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76년 3월24일부터 자신이 쓴 자술서가 전향서로 변조된 사실에 항의해 단식농성을 벌이자 교도소측에서 세 차례에 걸쳐 손씨의 입을 통해 위에 호스를 찔러 넣어 소금물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강제급식을 실시했다.

손씨는 강제급식 후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됐고 결국 후유증으로 4월1일 숨졌으나 교도소측은 유족에게 전신쇠약과 빈혈로 사망했다고 통보했다.

진상규명위는 전향공작 과정에서 자행된 폭행에 의한 죽음인 만큼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 부분은 인정되나 전향공작 거부가 민주화운동과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