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개각 후 국무총리 부재 상태가 56일째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최근 정부가 제출한 8건의 공문을 총리 부서()가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냈다. 김대중() 대통령이 금명간 총리를 지명한다 해도 헌정 파행은 20일 이상 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만약 세 번째 총리지명자마저 국회 인준이 부결되면 총리도 없이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정권을 인계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총리 인선은 정말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 대통령은 우선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이어 50세 총리 기용마저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파격() 인선을 지양해야 한다. 두 총리지명자는 국정운영 경험이 전무했던 데다 도덕성에서도 기대를 밑도는 평가를 받아 인준이 부결됐다. 오랜 기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사의 깜짝 기용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청와대의 사전검증 기능을 믿을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국정이 더 이상 인사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시간상 기술상의 제약 때문에 사전검증에 한계가 있다면 다수 국민 사이에 이 사람 정도면 괜찮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신망 있는 인사를 찾는 게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정치적 욕심이 없는 사회원로나 공직생활을 통해 행정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 중에서 청렴한 인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도 총리 인선을 사전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 차례 청문회를 거치면서 총리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 총리지명자는 최소한 앞의 두 총리지명자보다는 도덕적이어야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손닿는 곳에서 쉬운 사람만 찾아서는 안된다. 적임자가 있다면 삼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진정 국가에 봉사할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4개월 총리든 5개월 총리든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