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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에도 인심은 살아있다

Posted September. 04, 20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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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전기가 끊겨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수해 현장에서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싹트고 있어 수해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

강원 강릉시 교동 D목욕탕은 식수난이 극심해진 2일부터 목욕탕 밖으로 고무호스를 연결해 인근 주민들에게 지하수를 나눠주고 있다. 목욕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목욕탕에 공급할 물이 부족한데도 이웃을 위해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수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이런 배려는 콩나물 공장과 여관, 식당 등 지하수를 개발한 거의 모든 업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강원 삼척시 남양동 K모텔은 3일 지하 사우나시설을 하루 동안 무료로 개방했다. 또 삼척시 P호텔은 자체 버스를 이용해 외곽지역을 돌며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릉시 자원봉사센터(033-640-4114)에는 요즘 수해복구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 3000여명이 몰려들었다. 4일 오전 9시 자원봉사센터에는 부산에서 왔다고 만 밝힌 30대 남성이 찾아와 일거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한달 예정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는 이 남성은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은 채 구호품을 싣는 헬기장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삼화동 등 고립지역에는 피해를 본 이웃을 돕기 위해 1시간여를 걸어서 물과 삽을 들고 들어오는 주민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2일 일부 개통된 강릉동해간 7번 국도는 일부 구간이 1개 차로에 불과해 정체가 반복되지만 새치기하는 차들을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이모씨(24강서구 공항동)는 4일 경북 김천시 자원봉사센터(054-436-0178)를 혼자 찾아와 김천에서 가장 피해가 큰 오지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배낭에 일주일치 음식과 옷가지를 챙겨온 그는 수업은 나중에 보충할 수 있지만 수해복구는 당장 시급하다며 지례면 수해현장으로 떠났다.

김천자원봉사센터에는 수재민을 돕고 싶다며 안내해 달라는 개인과 단체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 회사원은 다음주 일주일을 김천에서 봉사하고 싶다며 예약했고 대구의 40대 주부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천자원봉사센터 문정화(24) 사회복지사는 봉사활동을 하려면 장갑이나 장화, 삽, 음식을 챙겨와야 신속하게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천시 구성면 장내리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춘식씨(47)는 쌀 20가마를 수해를 당한 마을 주민을 위해 내놓았다. 주민들은 이 쌀로 떡을 만들어 나눠먹었다. 이씨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쳤지만 힘을 내 하나하나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 시내에서 30가량 떨어진 대덕면과 부항면은 도로와 전기, 전화가 끊겨 5일째 고립돼 있지만 주민 5000여명은 쌀과 초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김천시청 옆 외국어학원의 강사인 캐나다인 조너선 밴더미러(32)는 시청 앞마당에 쌓여있는 구호품을 수송차량에 싣느라 땀을 흘렸다. 그는 인정많은 김천이 좋아 4년째 살고 있는데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봐 마음이 아프다며 조금이라도 돕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사회봉사단원 1000명은 4일부터 강릉 김천시, 경남 김해시, 충북 영동군에서 의료와 식사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노점상 50명도 3일부터 이틀간 강릉시에서 구호품을 운반하거나 침수 가옥을 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