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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품 무용지물 수재민들 이중고

Posted September. 05, 200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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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준비도, 전문성도 부족한 수해구호품 전달체계 때문에 이재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의 이재민들은 현재 구호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곳곳에서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또 전달되는 구호품은 주로 생수 라면 쌀 등인데 정작 취사도구가 없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사전에 다양한 구호품을 마련하는 준비가 미흡하고 일선 행정기관이 피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구호품을 주먹구구식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구호품은 사단법인 재해대책협의회와 대한적십자사 등이 여러 단체와 개인들로부터 기부받아 조달하고 있다.

재해대책협의회가 평소 준비하는 구호품은 모포 내의 운동복 등 응급의류세트와 버너 코펠 부탄가스 식기류 같은 취사도구세트 등 2가지.

김재호() 협의회 총무과장은 10만개 정도의 세트를 준비해야 대형 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데 기금 부족 등으로 2만여세트밖에 준비할 수 없고, 들어오는 물품도 종류가 한정돼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기부금모집규제법에 따르면 협의회 등은 재해가 발생한 뒤에야 행정자치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어 사전에 기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구호품을 기부하는 단체에 필요한 물품을 일일이 지정해 줄 수도 없어 주는 대로 받기 때문에 물품 종류에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구호품을 배분하는 일선 행정기관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선 행정기관이 피해 실태 파악과 구호물품 배분에 전문성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심지어 사후에 있을 감사를 의식해 구호품의 수량을 맞추는 데만 급급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장훈() 교수는 재해대책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해대책기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해 지역별 재해별 특성에 맞는 구호물품을 사전에 준비하고, 또 전문구호기술요원을 양성해 구호품 배분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