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너무 반가워요. 혜경아, 이게 얼마만이니?.결혼은 했니?.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사상 처음 한국땅을 밟은 북한 선수단이 입국 이틀째인 24일 부산과 울산, 창원 등지에서 일제히 첫 훈련에 들어간 가운데 남북한 선수들이 곳곳에서 정겨운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날 훈련을 가진 탁구 체조 사격 조정 등 각 종목에서 남북한 선수들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전 11시부터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몸을 푼 북한 여자 탁구 선수단은 당초 10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할 예정이었지만 교통혼잡 때문에 1시간 가량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후 1시부터 훈련이 잡혀있던 한국 선수단과의 짧은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 여자국가대표팀의 이유성 감독, 현정화 코치와 여자선수들은 먼저 와 훈련중이던 북한 대표팀의 박만일 감독, 이형일 코치, 선수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5월 중국 오픈 이후 4개월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현 코치는 이형일 코치에게 다가가 연습 많이 했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네며 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때 남북 단일팀 여자복식조를 이뤄 금메달을 일궜던 이분희의 안부를 물었고 이 코치는 건강이 많이 좋아져 체육관에 매일 나왔었다며 근황을 전해줬다.
이 코치는 그러나 선수촌(부산)과 연습장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내일부터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야겠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한국 선수단이 전했다.
창원에선 남북한 사격인들이 반가운 재회의 자리를 가졌다.
선수 23명과 지도자 6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북한 사격팀은 오전 견학차 창원사격장을 방문했다.
11년만에 현역 선수 신분으로 다시 만난 한국의 여자 스키트 대표 김연희(42)와 북한의 이혜경(33)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격팀 단장 자격으로 온 한동규 북한사격협회 서기장은 지난해 뮌헨월드컵에 참관했을때 식사를 함께 하며 정을 나눴던 장재관 한국 여자 공기소총 코치와 1년여 만에 안부를 주고 받았다.
사직체조체육관과 연습장에선 각각 북한의 남녀 체조선수들이 오전에 1시간여동안 훈련을 했다.
이철수 남자 기계체조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해봐야 알겠지만 야심은 있습네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첫 훈련의 긴장감 때문인지 남자대표팀은 취재진의 출입을 금지한 채 훈련을 했고 여자팀은 초반에 사진촬영을 허용했다가 도중에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하는 등 예민한 모습이었다.
특히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여자 선수 김영실과 강명숙 여자코치가 버스를 타고 선수촌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하던 중 멀미 증세를 호소해 멀미약을 타가기도 했다. 강서구 강동동 조정경기장이 있는 낙동강에선 북한 조정 선수들이 오전 10시 막 훈련을 끝내고 돌아가는 한국 선수단과 만났다.
남측 조정팀 손병록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나 낯이 익은 북한 최명환 감독과 반갑게 인사했으며 서로 좋은 성적을 내자는 덕담을 건네는 등 짧은 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
북한 선수들은 곧바로 현지에서 렌트한 보트 조립작업에 들어갔고 한국조정대표팀은 스패너와 드라이버 등 공구를 빌려주고 조립작업을 돕기도 했다.
장환수 양종구 zangpabo@donga.com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