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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저력 보이자 약속 지킨 북녀

Posted October. 13, 20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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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녀() 함봉실(28)이 부산아시아경기 여자마라톤을 제패했다.

함봉실은 1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출발해 서면해운대벡스코를 돌아 다시 주경기장으로 들어오는 42.195풀코스에서 열린 레이스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과시하며 2시간33분35초로 우승했다.

북한이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것은 이 종목이 82년 뉴델리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98방콕대회에선 김창옥이 은메달을 차지했었다.

대회 마지막날인 14일엔 남남() 이봉주(32)가 남자마라톤에서 아시아경기 2연패에 도전한다. 함봉실의 낭보를 전해 들은 이봉주는 반드시 우승해 남녀 동반우승의 금자탑을 쌓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함봉실의 다짐은 틀림이 없었다. 함봉실은 40 이후 가파른 오르막길 난코스에서 초인적인 스퍼트를 발휘하며 2위 히로야마 하루미(일본2시간34분44)를 350m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주경기장으로 들어온 함봉실은 남북 응원단의 환호 속에 500여m를 달린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팬들에게 답례를 보낸뒤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봉실의 우승은 심리전의 승리였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26분12초로 참가자중 6위였던 그는 선두를 바짝 붙어 따라가는 전략을 썼다. 섭씨 23도의 더운 날씨 속에 출발한 이날 레이스 18 지점을 통과하면서 우승후보로 꼽혔던 리우민(중국)이 선두그룹에서 뒤처졌고 이어 한국의 권은주와 오미자, 북한의 김창옥 등이 차례로 처졌다.

21.5 지점부터 전개된 함봉실과 오미나미 히로미(일본)의 대결은 이날 레이스의 압권. 함봉실은 선두 오미나미가 방향을 바꾸면 다시 그쪽으로 따라붙을 만큼 찰거머리 작전을 펼쳤다. 함봉실은 32.5지점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미나미를 추월하며 선두로 나섰고 이후 10 가량을 독주했다.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마라톤에선 선두에서 뛰는 선수가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더욱이 뒤에서 바짝 따라오면 페이스를 잃기 마련이다. 함봉실의 작전은 이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북한 감독은 봉실이 기록이 다른 우승후보보다 34분 늦기 때문에 35 지점까지 따라가다 승부수를 띄우라고 했다. 너무 일찍 뛰쳐나가 걱정했는데 오히려 적중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오미자는 2시간42분38초로 4위, 북한의 김창옥은 2시간43분17초로 5위를 차지했다. 한국최고기록(2시간26분12초) 보유자 권은주는 37지점에서 기권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