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었어요.
사격 요정 강초현(20갤러리아)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실패의 쓰라린 기억은 이제 훌훌 털어버린 듯 했다.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TV해설자로 잠시 외도했던 강초현이 다시 총을 잡았다. 그의 시선은 18일 태릉사격장에서 개막되는 제11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03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으로 치러진다.
20일 주 종목인 여자공기소총에 출전하는 강초현은 앞서 뛴 3개 대회에서 평균 395.6점을 쐈다. 1위 서선화(396.6점)와는 불과 1점 차. 태극마크를 꿈꾸는 강초현은 한발 한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 하지만 그는 점수에 대한 의식을 떨쳐버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성숙된 면모를 보였다.
중요한 일전을 앞둔 강초현은 팀 연고지인 대전에 머물며 하루 6시간이 넘는 강훈련을 소화했다. 단점인 격발 불안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사격에 집중했고 매일 2시간 가까이 오래달리기와 윗몸 일으키기로 지구력과 체력을 길렀다. 갤러리아 사격단 송희성 감독은 요즘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400점 만점에 꾸준히 395점 이상을 쏘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강초현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초롱이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깜찍한 외모와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말하는 당찬 모습에 어려운 가정환경이 대비를 이루면서 일약 신데렐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인기도 잠시. 유명세를 겪느라 훈련 부족에 시달렸고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겪었다. 10대 후반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선발전에서는 아깝게 4위에 그쳐 상위 3명에게 주어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실패했다.
2년만의 대표팀 복귀를 노리는 강초현은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준비도 많이 했으니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사선에 오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