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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격시험서 최고등급

Posted October. 25, 200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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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이 워싱턴 근교 연쇄 저격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 존 앨런 무하마드(41)는 17년 동안 비교적 건실한 직업군인 생활을 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이혼과 퇴역, 사업 실패 등으로 무너져간 인물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가 90년대 중반 이슬람 국가(NI)라는 이슬람단체 회원이 되면서 본래 이름 윌리엄스를 버리고 무하마드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처인 밀드레드의 말을 빌려 전했다.

무하마드는 고교를 졸업한 뒤 85년 군인이 됐으며 91년 걸프전에 참전했다. 공병으로 폭약과 무기 전문 관리병이었지만 사격 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엑스퍼트(expert)를 받곤 했다. 이 등급은 50300m 거리에서 40개 표적 중 36개 이상을 명중시켜야만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그는 병장시절 하사관 폭행 혐의로 7일 금고형을 받기도 했지만 걸프전 참전으로 쿠웨이트 해방 메달 등 훈장을 받기도 했다. 군대 동료들은 그가 94년 퇴역 전까지만 해도 모범적인 가장에다 엄격하긴 하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는 퇴역 뒤에는 일이 잘 안 풀렸다. 자동차 부품점을 운영하다 실패했는가 하면 빚을 얻어 워싱턴주 타코마의 이슬람인 거주지에서 가라테 도장을 열었다가 수련생이 없어 파산했다.

87년 아들을 하나 둔 채 부인 캐럴과 이혼한 뒤 88년 밀드레드와 재혼해 세 아이를 두었으나 99년 경제 사정 등으로 다시 이혼했다. 두 전처는 모두 무하마드에게 자녀 양육권을 주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무하마드는 고통을 겪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2000년 3월 말에는 밀드레드와의 사이에서 난 세 아이를 몰래 데리고 카리브해의 안티과로 향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그에게 아이들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집 없는 노숙자가 돼 떠돌아다녔고 올해 2월에는 고기를 훔치다 체포되기도 했다. 이처럼 무하마드는 실패한 사업가이자 좌절한 아버지가 돼 갔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총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타코마 주민들은 그가 아들에게 여러 차례 사격 훈련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911테러에 공감하는 말을 자주 해 왔다고 시애틀타임스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함께 체포된 양아들 리 말보(17)는 자메이카 태생. 그는 마약업자인 부모를 따라 지난해 마이애미로 밀입국했다. 이후 아버지와 헤어진 뒤 어머니와 함께 타코마로 옮겨왔다가 무하마드와 알게 됐다. 말보와 무하마드는 지난해 10월부터는 같이 옮겨다녔다. 불법체류자인 말보는 이민귀화국(INS)의 보호대상으로 다음달 20일 추방심리를 받을 예정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뉴저지주 트렌튼에서 중고 샤보레 카프리스 차량을 250달러에 샀으며, 차를 판 사람에게 우리는 이걸 타고 워싱턴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3주간이나 워싱턴 일대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범행의 시작이자 경찰 수사의 중요 단서가 된 말이었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