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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납품사기 파문 확산

Posted November. 01, 200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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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기업들이 서로 짜고 매출을 부풀리다 고의부도를 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부도를 낸 기업이 거액의 어음을 융통시킨 것으로 드러나 연쇄부도로 이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소프트윈은 지난달 29일 RF로직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흑자부도를 냈다. 그런데 RF로직이 소프트윈의 대주주라는 사실이 1일 드러났다. RF로직은 지난달 18일 이미 부도를 냈고 두 회사가 허위로 매출을 부풀린 흔적까지 있어 매출 사기와 고의부도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지난달 31일 부도를 낸 코스닥기업 에이콘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태. 또 이들 업체로부터 어음을 받은 피해업체가 속속 나타나 수십개 업체가 잇따라 쓰러질 위기에 처했다.

사건 개요RF로직은 소프트윈과 에이콘을 비롯한 수십개 정보기술(IT) 업체로부터 올해 수천억원대의 장비를 사들이면서 모두 어음으로 결제했다. 그런데 지난달 RF로직이 부도를 내면서 회사 관계자들도 모두 잠적했다. 이 여파로 소프트윈과 에이콘이 잇따라 무너진 것.

언뜻 보면 소프트윈과 에이콘은 RF로직으로부터 돈을 못 받아 부도가 난 피해기업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프트윈의 대주주는 RF로직이다. 서류상 공식 최대주주는 해피머니라는 회사지만 해피머니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은 채 4월 주식을 RF로직에 팔았다.

RF로직은 올해 소프트윈으로부터 92억원어치의 정보통신기기를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RF로직이 자회사인 소프트윈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매출을 가짜로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도가 난 소프트윈과 에이콘도 서로 물건을 사고 팔며 매출을 올려준 관계로 확인됐다. 에이콘은 올해 소프트윈에 컴퓨터 하드웨어 장비 등 34억원어치를 납품했다.

두 회사 모두 5월부터 매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수상하다. 두 회사는 5월경 자본금 1억원 규모로 설립된 여러 개의 작은 기업을 상대로 매출을 올렸다.

파장 확산 우려문제는 RF로직 등 3개사의 부도만으로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 점. 3개사에 제품과 장비를 공급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업체는 60여개로 추정된다.

특히 RF로직은 올해 수천억원대의 장비를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들이고 대부분 어음으로 결제한 뒤 부도를 냈다.

소프트뱅크코리아(SBK) 다우데이타시스템 콤텔시스템 엠플러스텍 한국하이네트 등 IT관련 기업들이 RF로직으로부터 돈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피해기업들이 RF로직으로부터 받을 돈은 3000억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RF로직의 어음 가운데 80%가량의 만기일이 이번 달부터 2003년 5월까지여서 자칫하면 관련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몇몇 증권사는 RF로직이 부도를 낸 지난달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소프트윈 에이콘 등 관련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급히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큰 회사들은 어음을 손실 처리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10개 이상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 이완배 libra@donga.com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