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지뢰

Posted November. 12, 2002 23:18   

中文

인간이 만든 가장 비인간적 무기로 지뢰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지뢰는 적군과 아군, 군인과 민간인,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살상력을 높이려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지뢰도 있다. 어떤 종류의 지뢰는 밟는 순간 공중으로 2m 이상 솟구친 다음 폭발해 반경 10m 주변의 모든 사람을 살상한다. 그런가 하면 밟는 사람의 발목만 자르는 발목지뢰는 부상자 후송 때문에 상대방 전력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도록 고안된 좀 더 악질적인 무기다. 금속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플라스틱 지뢰는 녹슬지 않아 영구적인 데다 가볍기까지 해 비가 오면 멀리 떠내려가는 흉물이다.

이처럼 반인륜적인 지뢰에 반대하는 운동이 범지구적으로 활발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1997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지뢰금지국제캠페인(ICBL)이 대표적 단체다. 이 단체가 얼마 전 발표한 2002년 지뢰 연례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세계적인 대인지뢰 사용 및 생산 현황은 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도 전세계 70여개국에 8000만1억2000만개의 지뢰가 묻혀 있고, 하루에 6000여개의 지뢰가 새로 매설되고 있다고 한다.

지뢰는 매설보다 제거하는 데 더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국제시장에서 1530달러에 거래되는 대인지뢰 한 발을 제거하는 비용은 최소 3001000달러란다. 지뢰 제거가 극히 위험한 작업인 만큼 이를 위한 갖가지 묘안도 선보였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꿀벌의 등에 벌의 위치와 대기 중 폭발성분 유무를 검사하는 특수장치를 부착해 지뢰밭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다. 폭약성분을 먹으면 빛을 내는 특수 박테리아를 이용한 지뢰탐지 시스템, 로봇 지뢰탐지견() 등도 추진 중이다. 지뢰를 제거하는 과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한반도 역시 2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상 대표적 지뢰위험지역. 홍수 때마다 유실된 지뢰로 인한 사상자도 끊이지 않는다. 엊그제는 군이 민통선 인근 토지를 농민에게 제공하면서 지뢰제거 책임까지 민간에 떠넘겼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지뢰 공포 속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많은 지뢰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군의 사정도 딱하기는 매한가지다. 경의선 연결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도 조만간 끝나 간다는데, 이 참에 비무장지대(DMZ) 전역이 비지뢰지대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녕 꿈일 뿐인가.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