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은 어디에 살아 있는가. 미국이 총력을 쏟는데도 그를 체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2일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빈 라덴의 메시지를 방송한 후부터 떠오르는 의문이다.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18일 미 정보기관을 인용해 빈 라덴이 지난해 12월 최후로 확인됐던 은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의 토라보라 산악지대에서 접경 파키스탄 북서부 파슈툰 부족 영지로 달아나 은거중이라고 전했다.
미 정보기관이 빈 라덴의 은거지로 파슈툰 영지를 꼽는 것은 이 지역 마약 밀수업자들의 비밀 통로에서 빈 라덴과 측근들이 교신하는 것과 같은 패턴의 전화 통화를 여러 차례 확인했기 때문이다. 빈 라덴은 그러나 최근엔 전화를 쓰지 않고 오토바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부하를 통해 메시지를 외부로 내보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와지리스탄 지역 내 마약 밀수업자들의 거주지에 탈레반과 알 카에다 요원들이 밀집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추적 근거지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근거지는 11월초 2발의 로켓포 공격을 당해 FBI 요원들이 도리어 사냥감이 됐다고 타임은 전했다.
미 정보기관이 이 지역 내에 빈 라덴이 은둔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잡지 못하는 데는 이 지역이 파키스탄 영토지만 파키스탄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데 큰 이유가 있다.
또한 이 지역 거주민은 빈 라덴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파키스탄 역시 자국 내 친()탈레반 세력이 만만찮아 미국에 쉽사리 협조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미국은 프레데터 무인정찰기를 띄워 빈 라덴 은거지를 찾아내 공격할 수 있지만 파키스탄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또 이 지역 내에 활동하는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 요원들은 미국에 협조하기보다는 알 카에다를 위한 헌금을 모금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정도다. 미국은 빈 라덴 은거지 제보자에게 27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나 현지 주민들은 은거지를 발설하면 도리어 ISI 요원들에게 살해당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 지역 인근인 퀘타의 한 부족장은 알 카에다에 대한 정보가 있지만 이를 미국에 안전하게 전달할 통로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10월10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친 탈레반, 친 알 카에다 정당들이 이 지역에서 승리해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의 활동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