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하지만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중국동포 백영수씨(33) 부부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벽시계의 초침소리가 더욱 크게 귓전을 때린다. 그는 100여일 후면 중국으로 강제 출국된다.
그는 한국생활 2년9개월 동안 코리안 드림을 이룬 것은 고사하고 중국을 떠날 때 친척들에게 빌린 돈을 포함해 2000만원의 빚에 허덕이고 있다. 백씨는 한국에서 겨우 마련했던 얼마간의 돈도 뺑소니 교통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통원치료 중인 부인을 위해 쏟아 부었다.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면 월 10만원 수준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매일 밤 2000만원을 갚기 위해 평생을 빚의 노예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악몽에서 만난다고 했다.
정부가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방하겠다고 밝힌 기한은 내년 3월31일. 정부에 이들의 체류 연장 소청심사를 요청하기 위해 나선 조선족교회(담임목사 서경석)에는 백씨와 같은 절절한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치료가 불가능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그를 보살피는 아내, 1년 가까이 식당에서 일하고도 총 임금 1000만원을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 국내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무료 신장 투석을 받고 있지만 중국에선 치료할 길이 없는 60대 할아버지, 국내에서 돈 500만원을 사기 당한 후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30대 남자 등.
정부는 최근 외국인력제도 보완대책을 마련, 내년 3월31일을 기준으로 3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은 무조건 출국시킨다는 입장이다. 또 2년 이상 3년 미만인 사람은 3년이 될 때까지만 체류를 허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체류 기간만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방침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음지로 숨어들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선족교회가 중국동포 436명을 대상으로 이달 1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인 266명이 정부가 내놓은 보완 대책에 따르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정책을 따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78명(18%)뿐이었다.
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는 정부의 강제출국 방침은 동포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사정들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선별적으로 추방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