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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자' 하리수

Posted December. 05, 20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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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들은 원숭이 딱정벌레 초파리 등 동물의 세계에서 번식과 관련이 없는 성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관찰해 흥미로운 보고를 하고 있다. 생물학자 브루스 바게밀은 450종의 동물에서 동성애와 성전환증을 조사해 동물의 동성애와 자연의 다양성(1999)이라는 책을 펴냈다. 아프리카 콩고에 서식하는 피그미 침팬지는 동맹을 맺고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의 모두 동성애를 했다. 피그미 침팬지도 번식을 위해서는 물론 이성애를 한다. 타조는 100마리당 1마리가 동성애를 하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동성애와 성전환증이 있다는 생물학자들의 연구보고서가 나오면서 동성애자나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을 조물주가 부여한 성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창조질서의 파괴자 또는 패륜아로 보던 사회 일반의 시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성에 대해서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거나 육체적인 성과 반대의 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정신과 태도를 지배하도록 태어났다는 이론이 과학적으로 힘을 얻었다. 동성애자들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반대 운동을 공공연하게 벌이기 시작한 것은 생물학자들에 의해 동물의 동성애 현상이 관찰된 시기와 일치한다.

성전환증은 육체적 성(sex)과 태도에 의한 성적 역할(gender)이 다른 증상이라는 점에서 동성애와 비슷하지만 육체적으로 타고난 성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정도가 동성애에 비해 훨씬 심하다. 정신분석 의사들에 따르면 성전환증의 사람은 어려서부터 보통 아이와 행동이 다르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타고난 성과 다른 성의 놀이와 옷을 좋아한다.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하리수도 어려서부터 인어공주와 오로라공주의 인형 모으기를 좋아했고 사춘기 때 남자가 되고 싶은 강박관념에서 여자친구와 첫 키스를 했지만 집중할 수 없어 밀어내 버렸다고 고백한다.

하리수가 호적상 성별을 여자로 바꿔달라는 호적정정 신청을 법원에 냈다.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신청에 대한 법원 판례는 법관과 신청인에 따라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 그(녀)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 비록 출산을 할 수 없더라도 외형상으로는 완벽한 여성이고 정신세계와 태도도 여성임에 틀림없다. 성전환증 사례는 의학적으로 매우 드물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이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여자로 바뀐 사람을 법률상 남자로 계속 묶어두는 것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다수자의 억압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