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트리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6일 금의환향했다. 99년 4월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난 지 3년8개월여 만이다.
동양인은 투수라면 몰라도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기 힘들다던 선입견 속에 그는 꼭 성공한 뒤에 한국땅을 밟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다. 아직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지만 최희섭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가 거둔 절반의 성공은 올 9월 이후를 말한다. 고려대 2학년을 중퇴하고 시카고 컵스와 120만달러에 계약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칼을 갈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지난 3년5개월.
메이저리그 엔트리 확대로 최희섭은 드디어 9월4일 웰컴 투 리글리, 희섭 초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은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7회 대수비로 나가 타석에선 삼진에 그쳤지만 한국인 타자 첫 메이저리그 입문이라는 상징성은 컸다.
그는 9월9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7회 2사 후 132m짜리 대형 솔로아치를 그렸다. 자신의 첫 메이저리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9월 한 달간 메이저리그 24경기에서 타율 0.180(50타수 9안타) 2홈런 4타점을 남긴 최희섭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모인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한 차례 이주일의 선수로 뽑히는 등 28경기에서 타율 0.367(79타수 29안타)에 8홈런 17타점 장타력 0.759로 팀 내 타자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메이저리그 시즌이 끝난 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이 선정한 종목별 최고 유망주에 최희섭이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뽑힌 것도 이 같은 장래성이 크게 어필했기 때문.
1m95, 110의 거구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빅 트리(거대한 나무)란 별명으로 통하는 최희섭은 내년 시즌 주전 1루수가 유력하다. LA다저스에서 1루수로 뛰며 박찬호 도우미로 잘 알려진 에릭 캐로스(35)가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돼 왔지만 시카고 현지 언론은 이는 일종의 보험에 불과할 뿐 주전 자리는 최희섭의 차지라고 전망했다.
최희섭은 당분간 고향 광주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달 말부터 대한야구협회 훈련장인 남해 훈련캠프에서 몸을 다듬은 뒤 내년 1월 중순경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