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대통령의 등장과 3김 시대의 종언으로 결론이 난 이번 대선에서는 사회 문화적 변동을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양상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세대간의 대결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당정치에서 시민정치로의 정치문화 변동, 미디어 선거 시대의 본격화 등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화적 세대 변동선거 기간 중 줄곧 화제가 된 용어는 세대간 대결 양상이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이번 선거는 20, 30대가 주도한 선거혁명이고 이는 386세대와 신세대의 합작품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정보사회의 도래와 세계화의 확대에 따라 권위주의와 집단주의를 거부하고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을 가진 세대가 우리 사회 전면에 등장했고 노무현 당선자는 이 흐름을 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월드컵 때의 길거리 축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이후 촛불시위 등을 겪으며 변화를 갈망하는 이 세대의 욕구가 분출되고 세대간의 차별성이 축적돼 왔으나 기성세대가 이 흐름을 솔직하게 읽는 데 인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세대간 입장차가 지나치게 드러나 한국사회의 주요 과제로 부각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인터넷 선거 문화의 확산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 활동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주요 변수였다. 서강대 영상대학원 광고PR학과 신호창() 교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은 활발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의견이 온라인상에서 교환됐고 이것이 결국 오프라인의 참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오택섭() 교수는 온라인은 하나의 거대한 정당이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매체이며 데먼스트레이션의 광장이 될 수 있지만 적절치 못한 언행이 범람하는 폐해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신문 방송과 같은 기존 매체는 정확성과 신뢰를 생명으로 바른 기준을 가지고 질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선거의 허와 실미디어 선거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 선거 문화가 확립된 것이 가장 큰 실로 평가된다. 각 당의 선거본부측이 2002대선유권자연대에 제출한 선거 활동 자금 사용 명세서에 따르면 각 당은 선거 활동비 가운데 TV 광고 제작비와 홈페이지 운영비 등 미디어 선거비용에 전체 활동비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장 유세비는 전체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금품과 향응 제공이 판쳤던 불법 선거 문화가 사라지고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 문화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박창희() 교수는 각 후보 진영에서 이미지가 먼저 다가오는 TV 매체의 속성을 이용해 미디어 선거전에서 이미지에 과도하게 치중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진실한 정책 전달보다 이미지 포장에 집중했다는 것.
정당정치에서 시민정치로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기존 제도권 정당의 조직을 압도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근본적인 사회변동이 정치변동을 이뤄냈다며 세계화, 정보화, 80년 이후 민주화 등을 통해 성장한 시민사회가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고질화돼 온 제도정당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부문별로 구체적인 정책 점검을 했고 그동안 낙천 낙선운동 등을 통해 시민의 정치참여 역량이 축적되면서 구정당정치에서 시민정치로 이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정치참여 과정에서 비전문가 정치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김형찬 김성규 khc@donga.com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