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 받은 4000억원은 과연 어디에 쓰였을까.
한나라당은 북한으로 보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현대 계열사 지원에 쓰였다고 맞서고 있다.
당사자인 현대상선은 원래 대출 목적대로 빚을 갚고 운용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계좌추적이 아닌 산업은행 특별감사자료를 근거로 1760억원은 현대상선 운용자금 등에 사용됐다고 추정하면서 나머지 2240억원은 계좌추적을 하지 못해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1760억원은 산업은행에 최종적으로 돌아온 수표의 이서(뒷면에 거래자의 이름을 적는 것) 내용을 보고 추정한 것.
현대상선이 4000억원 가운데 2000년 9월28일 300억원, 10월26일 1400억원을 갚았기 때문에 적어도 1700억원은 운용자금에 쓰였다고 추정한 것.
그러나 이 돈이 당좌대출 4000억원 가운데 일부인지, 아니면 현대상선이 다른 곳에서 빌려 갚은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현대상선은 2000년 6월7일 당좌대출 승인과 동시에 4000억원을 모두 산업은행 자기앞수표로 인출한 뒤 다시 65장으로 쪼개 6월 818일 다른 은행에 분산예치했다.
지난해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이 가운데 1000억원이 교보증권 법인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확인돼 현대그룹 정씨 일가의 지분확보 싸움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4000억원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교보증권 1000억원을 비롯해 분산예치된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동했는지를 일일이 밝혀내야 한다.
이는 전체적인 현대상선 계좌를 추적하지 않으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감사원의 추정도 단순한 예상에 불과하지 실제로 1760억원이 운용자금에 사용됐는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산업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은 2240억원은 더 정교한 방법으로 세탁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은행에 예치한 후 정부가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수 없는 외국 금융기관으로 송금했다면 더욱 찾아내기가 어렵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4000억원을 운용자금으로 사용했다면 굳이 자기앞수표 65장으로 나눌 이유가 없다며 뭔가 다른 곳에 사용하기 위해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김두영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