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미친개가 달을 보고 짖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제멋대로 떠드는 당신 같은 사람을 두고 나온 말인 것 같다. 35년 전 오늘인 1968년 1월 24일, 판문점 군사정전위 본회의장에서 북측 수석대표가 했다는 말이다. 바로 전날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북측에 나포된 것에 항의하는 유엔사측 대표에게 북측은 이 같은 폭언으로 응수한 것이다. 미 국방부 소속 군무원으로 당시 현장을 지켜봤던 이문항씨의 회고에도 드러나듯 68년 한반도 상황은 말 한마디에도 살벌함이 묻어 있었다.
북한 입장에서 푸에블로호는 미 제국주의자를 물리친 조국의 저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더없이 좋은 상징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9년 원산항에 방치돼 있던 이 배를 평양 대동강으로 옮겨오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3년여 동안 내국인 40여만명, 외국인 7000여명이 이 배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미 특사가 방북하기 직전에는 이 배를 남포항으로 옮겼다는 얘기도 들렸다. 북-미 대화를 바라는 마당에 공연히 미국 특사의 비위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반면 미국 입장에서 푸에블로호는 말 그대로 국가적 자존심을 구긴 대표적 사례였다. 미군 함정이 외국에 나포된 것 자체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승무원 송환 과정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68년 당시 미국은 승무원 82명을 돌려받기 위해 북한과 11개월간 28차례나 비밀회담을 벌여야 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콜로라도주의 상원의원이 이 배의 반환을 요구하는 성명서 채택을 추진했다거나 (푸에블로는 콜로라도주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역시 지난해 11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가 방북해 푸에블로호 반환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을 보면, 그때의 상처는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이렇게 보면 푸에블로호는 북-미 관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같은 존재가 아닐까? 미국은 푸에블로호가 더 이상 관광객의 구경거리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게 분명하다.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에서 그럴듯한 대가가 기대될 때 한껏 생색을 내면서 이 배를 돌려주려 할 것이다. 푸에블로호가 원주인에게 돌아가는 날 두 나라는 악연의 매듭을 끊고 정상적인 관계로 한 걸음 진전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때가 언제일지 지금으로선 막막하기만 하다. 일단은 핵문제를 놓고 두 나라가 벌이고 있는 기싸움부터 합리적으로 풀려야 할텐데 말이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