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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화대 비대화, 분권과 거리 멀다

Posted February. 10, 200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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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힘이 집중되면 내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국정이 그랬다.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하면서 일상적 행정까지 일일이 간섭했고 사정 기능을 장악해 국정전반을 통제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측이 청와대 직제를 새로 짠 것은 역대 청와대의 이 같은 제왕적 폐해를 씻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정무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해 정책실장이 대통령의 개혁과제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나, 수석비서관이 몇 개의 부처를 맡는 현행 체제를 바꿔 수석제와 보좌관제를 병행하기로 한 것 등은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 제대로만 운용된다면 군림하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청와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확정된 청와대 직제는 2실장 5수석 6보좌관 체제로 장관급 한 명으로 시작한 현 정부 초기에 비해 장관급만 2명이 늘었고 차관급도 많아졌다. 작은 정부의 표본이 돼야 할 청와대가 처음부터 비대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통상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청와대 조직이고 보면 앞으로 어떻게 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국가안보보좌관과 외교보좌관 국방보좌관, 정책실장과 정책수석, 인사보좌관과 민정수석, 홍보수석과 대변인간의 역할 분담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특히 청와대의 비대화는 노 당선자가 강조해온 분권()과도 거리가 멀다. 조직은 커질수록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내는 습성이 있고 이는 내각이 소신을 갖고 일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리 분야별 수석체제를 없앴다고 하지만 청와대의 거대한 몸집 속에는 공직사회를 지배하고 싶은 권력의 피가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기정부는 지금의 대북 비밀송금 문제처럼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하려다 온갖 국정 혼선을 자초한 현 정부의 처참한 실패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비만()은 늘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