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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아를 봐 도'

Posted February. 16, 20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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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 소식을 전하는 여러 신문 기사들의 제목은 여풍당당이었다. 수석, 최연소, 최고령 합격자가 모두 여성이었고 전체 여성 합격자 수도 사상 최고인 24%로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예비판사로 임용된 110명 중 54명이 여성이니 법조계에서 여풍은 계속 거세고 의사 교사 같은 다른 전문직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크게 느는 추세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는 고위 공직(후보)에 여성을 20%에서 50%까지 할당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졌고, 차기 정부에서는 상당 부분 실현될 전망이다.

여러 사정 때문에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우리의 잠재 경제성장률이 7%대라는 주장 속에는 가사 육아에 매몰된 여성 인력의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성장뿐 아니라 자아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국민 절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몇몇 전문 분야를 넘어 모든 직역에서 여성이 두루 참여하는 것은 아직은 요원하다.

선진국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율이 50% 정도인 데다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2534세의 연령대에 들어서면 그마저 뚝 떨어진다. 어린이 보육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산모의 경제활동 이탈이 불가피한 것이 주된 이유다. 일자리 부족, 사회적 차별에 더해 여성 취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해 6월 현재 전국에 2만1267개의 보육시설이 있는데 만 2세까지의 영아를 전담하는 곳은 156곳, 장애아 전담은 66곳에 불과하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는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2만여개의 시설 중 직장 탁아소는 1%도 채 안 된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1.3명으로 떨어져 이를 방치할 경우 비생산인구 부양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그 낮은 출산을 감당할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역으로 그것이 출산 기피를 부추기고 있다. 텔레비전의 어느 인기 개그 프로 생활사투리 코너에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내 아를 나아 도라고 하여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한술 더 떠 쌍둥이를 나아 도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경상도 남자의 투박한 사랑 고백 앞에 얼이 빠지기보다는 당차게 대꾸할 현대 여성의 요구조건은 이런 것이 아닐까? 내 아를 봐 도.

박 인 제 객원논설위원변호사

ijpark2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