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을 맞는 국민의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 선거 때 누구를 찍었든 모두 새 대통령이 잘해줬으면 하고 바란다. 어제 보도된 본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노무현 정부가 잘할 것이라고 답한 것도 단순한 평가와 전망이 아니라, 간절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거기에 적과 동지는 있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무리한 개혁추진으로 인한 사회불안, 여야갈등으로 인한 정치불안, 대미관계 악화 및 한반도 긴장고조, 재벌개혁과 노사문제로 인한 경제불안 등을 우려하는 국민이 76%나 된다는 점도 함께 읽기를 바란다. 자신을 반대한 사람뿐만 아니라 지지한 사람 중에도 불안해하는 국민이 존재함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실 또 하나의 소수정권인 노무현 정권은 출범부터 꽤 힘겨워 보인다. 어쩌면 김대중 정권 출범 때보다도 안팎의 상황이 엄중하고 여건 역시 열악하다. 단순히 당면한 시련과 도전의 문제만은 아니다. 5년 전엔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의 결집된 의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도 큰 부담이다. 그것이 국민불안의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한 것은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하겠다. 즉,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혁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를 안심하고 믿고 따르지 못한다면 자발적인 참여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발적 참여 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국민이 이리 갈리고 저리 찢겨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는 상황이라면 편가르기식 동원은 가능할지 몰라도 범국민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일방적 동원에 의한 개혁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증폭시켜 국민만 피곤하게 할 수도 있다. 요컨대 국민통합은 진정한 참여와 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 할 수 있다.
역대 정부 모두 개혁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한 것도 국민을 한데 아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DJ정권 하에서 대북 햇볕정책을 둘러싼 보-혁갈등은 국론분열 양상마저 보였다. 노무현 정권은 이 같은 부정적 유산까지 청산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게다가 작년 대선을 전후해 세대갈등 계층갈등이 심화돼 노 대통령의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절반의 대통령이라고 밝힌 만큼, 나머지 절반의 동참을 유도하는 게 개혁성공의 관건임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속도와 방법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는 부류를 적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편 네편 가르지 말고, 설득과 조율에 나서 불안해하는 사람들부터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에는 야당이나 비판적인 언론도 포함된다. 합리적인 견제나 지적까지 반개혁이나 수구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만에 하나 타도해야 할 적()을 먼저 상정해 놓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어느 경우에도 위험하다. 재벌개혁도 마찬가지다.
취임식 단상에 선 노 대통령의 각오는 당선자 시절과 달랐으면 한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5년은 짧지도 길지도 않다. 취임하는 순간부터 하산을 염두에 두고 국정에 임한다면 실패의 확률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