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그렇게 상생정치 외치더니

Posted February. 26, 2003 22:32   

中文

새 대통령 취임 후 이틀째 국회의 표류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암울하다. 새 정부는 출범했는데 총리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해 대통령은 있고 각료는 없는 해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고함만 지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어쩌면 5년 전 국회 풍경과 그렇게 흡사한지 모르겠다. 당시에도 총리 인준안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일주일간 조각이 지연되는 등 국정이 뒤죽박죽됐었다. 내각 구성이 늦어지면서 빚어지는 국정혼선은 우리의 정치 수준에 대해 심한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짐을 싼 지난 정부의 총리 자택을 찾아가 결재를 받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구 정부 각료가 새 정부 정책을 결재 집행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대북 비밀송금 문제의 철저한 진상규명은 국민적 요구사항이고 특검은 이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총리인준안과 특검법안의 처리 순서를 놓고 서로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특검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당은 특검법안만 가결되고 인준안이 부결되는 경우를, 야당은 그 반대의 경우를 걱정했던 모양이지만 당리당략, 협상력 부재,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다.

특히 민주당이 특검법안 표결에 불참하고 이로 인해 총리인준안 표결이 난항을 겪게 한 것은 신중치 못한 일이다. 특검법안이 통과되면 총리인준안 처리에 야당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까지 했는데도 여당이 등원을 하지 않은 것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야는 대선 이후 줄곧 상생정치를 합창하듯 외쳐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바로 그 순간 이후 의사당 안의 모습은 그 말과 정반대이다. 국민은 새 정권 초기부터 또 한번의 정치환멸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