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이라크전쟁, 내수 침체, 괴질 창궐, 미국의 통상보복, 금융불안 등 5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업종의 기업들은 2일 미국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57%라는 고율의 상계관세를 잠정 결정한 데 대해 경악하며 그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세계 D램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미국의 통상보복이 다른 업종에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자동차업계는 전체 수출량의 50% 이상이 북미지역에 몰려 있어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해오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이사는 이번의 상계관세 부과 판정은 관행이나 상식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경제문제 외에 최근 반미감정 확산 등 정치 사회적 문제가 결부됐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괴질은 그 기간이나 파급 효과를 알 수 없어 관련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5%인 50억달러를 중국 홍콩 등 중화권이 차지했는데 최근 괴질이 돌면서 판매가 급속히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들이 아예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나타나지 않는 등 소비가 매우 위축됐다면서 이라크전쟁에 괴질까지 겹쳐 그 영향을 측정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괴질이 퍼진 이후 동남아 중국 등의 노선 탑승률이 예년보다 10% 이상 줄고 단체 여행객들이 무더기로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여행업계는 전쟁과 괴질 때문에 최근 순예약자 수가 예년보다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일시적인 패닉 상태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앞날이 불안해서 너도나도 현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나 기업 자금사정과 금융 체감지수는 최근 2년새 가장 나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내수 위축으로 자동차는 6년 만에 무이자 할부판매를 시작했고, 2월 중 냉장고 내수용 출하는 작년 2월보다 65.3%나 감소했다. 올들어 대형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이라크전 장기화, 북핵 문제, 카드채 불안 등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심리적 불안이 경기하락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연수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