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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도 DVD가 '제맛'

Posted June. 04, 200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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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매트릭스의 힘은 셌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가 지난달 23일 개봉한 뒤, 3년 전 출시된 매트릭스 1편의 DVD가 인터넷 쇼핑몰마다 톱 10 판매 리스트에 진입할 만큼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여기에 워쇼스키 형제가 에반겔리온의 마에다 마히로, 아키라의 모리모토 코지, 카우보이비밥의 와타나베 시니치로 등 일본의 간판급 애니메이터들과 3년간 공동 작업을 통해 제작한 9편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애니 매트릭스 DVD도 3일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돼 매트릭스 마니아들을 들뜨게 했다. 애니 매트릭스 DVD는 1.5편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매트릭스의 이야기를 직, 간접적으로 연결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철학과 역사를 다루면서 기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아냈다.

매트릭스 열풍과 더불어 공상과학(Sci-Fi) 영화 DVD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SF 영화는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상상력이 펼쳐내는 영상과 사운드, 독특한 이야기로 DVD에서도 최고의 장르로 사랑받고 있다.

7월 터미네이터 3의 개봉을 앞두고 터미네이터 DVD 시리즈의 인기도 재상승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인간과 기계와의 싸움과 시간여행을 축으로 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편마다 진보하는 킬러 로봇과 그들의 액션으로 이른바 테크누아르 (Tech-Noir)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1, 2편 DVD에는 제임스 캐머론 감독과 제작진의 음성해설과 인터뷰, 제작과정이 수록됐다. 특히 2편은 최종판(UE)이라는 부제가 붙을 만큼 극장판과 결말이 다른 특별판을 함께 수록했으며 터미네이터의 느낌을 살린 철제 케이스로 인기가 더욱 높다. 올 연말 3편 DVD가 나오면 매트릭스 2편 DVD와의 뜨거운 시장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연말마다 최신 컴퓨터그래픽(CG)과 고화질(HD)카메라로 촬영된 극상의 화질과 음향을 선사한 스타워즈 시리즈도 SF의 대부. 에피소드 1, 2편에 이어 2005년 6부작을 완성하는 3편이 개봉될 예정이다. 미국 아마존 온라인 조사를 보면 DVD로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는 늘 스타워즈 4, 5, 6편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3편을 DVD로 먼저 제작한 뒤 20여년 전에 제작된 46편의 DVD를 선보일 계획. 앞으로 수년은 더 기다려야만 6부작 전체를 DVD로 소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에 출시된 1, 2편의 DVD에는 극장판에 없는, DVD만을 위해 추가 제작된 장면이 수록됐다. 여기에 루카스 감독과 제작진의 음성해설, 디지털캐릭터와 특수효과 해설 등이 가득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중에도 SF장르가 가장 많다. 지난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특별판으로 나온 E.T.를 비롯해 A.I. 미지와의 조우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은 늘 인기가 높은 DVD 타이틀이다. 특히 공룡 신드롬을 불러온 쥬라기공원 DVD 시리즈는 홈시어터 스피커 테스트용으로 안성맞춤일 만큼 입체음향이 잘 살아있다. 스필버그의 DVD에는 음성해설이 늘 없지만, 제작과정에 대한 꼼꼼한 인터뷰와 특수효과와 소품 해설 등이 자세히 수록돼 소장가치가 높은 편이다.

암울한 미래사회를 다룬 SF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도 이달 말 롭 헤던 감독의 제작 다큐멘터리가 함께 수록된 DVD로 국내에 상륙한다. 여인의 음모라는 괴상한 비디오 출시 제목을 DVD에서도 그대로 쓴 것은 다소 의문이다. 길리엄 감독 특유의 비주얼, 독창적 영상미는 12몽키즈 DVD에서도 맛볼 수 있다.

SF영화 DVD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은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1968년에 제작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우주와 인공지능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또 블레이드 러너는 국내에 DVD로 출시된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곧잘 품절될 만큼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코미디에서부터 액션 동화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될 수 있다는 것도 SF 영화의 장점. 경쾌한 코믹 액션 백 투 더 퓨처 3부작이나 맨 인 블랙 1, 2편, 팀 버튼의 화성침공 DVD는 언제 봐도 즐겁다. 슈퍼맨을 시작으로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시리즈와 올 8월에 출시될 데어데블, 11월에 출시될 헐크 등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SF영화 DVD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권선징악 테마의 SF 동화책이기도 하다.

원작과 리메이크 영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타임머신 솔라리스 혹성탈출 등은 이미 고전과 리메이크 작이 모두 DVD로 나와 있다. 이 밖에 파충류 외계인을 다룬 브이(V) 시리즈에 이어 이달 말에는 엑스파일 시리즈의 시즌 1이 DVD 박스세트로 나온다. 파이널 판타지 메트로폴리스 타이탄 A.E 별의 목소리 같은 SF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DVD 시장을 좌우할 만큼 팬들이 즐겨 찾는 타이틀이다.

SF영화를 DVD로 만나는 황홀한 즐거움 한 편에 남는 유일한 아쉬움은 한국영화 중에서는 SF영화를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는 점. 그래도 SF영화 팬들에게 희소식은 7월에 다채로운 부록이 듬뿍 담긴 한국 SF영화 지구를 지켜라 DVD가 나온다는 것이다.

김종래 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