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은 왜 여자골프 최강으로 불릴까.
단순히 공을 멀리 똑바로 때려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나흘 동안 경기를 치르다 보면 제아무리 소렌스탐의 컴퓨터 샷도 흔들리기 마련. 하지만 그는 잘해야 보기 상황에서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 버디보다 값진 파를 잡아 다른 선수들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린다.
9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듀폰CC(파71)에서 폭우로 연기된 3라운드와 최종 4라운드가 한꺼번에 벌어진 올 여자골프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2003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 소렌스탐은 4라운드 후반 3개홀에서 벙커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멋지게 파세이브를 해 당대 최고의 승부사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는 이날 4언더파 67타를 몰아친 박지은(나이키골프)에게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로 동타를 허용했으나 연장 첫 홀에서 파를 기록, 보기를 범한 박지은을 따돌리고 24만달러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성()대결 이후 미국LPGA투어 2개 대회를 연속 제패하며 통산 45승(메이저 5승 포함)째.
올 시즌 3승째를 올리며 상금랭킹 선두(97만4501달러)를 굳게 지킨 소렌스탐은 이 대회 9번째 출전 만에 첫 정상에 올랐다. 앞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만 제패하면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한차례 이상 차지하는 통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4번째 선수가 된다.
소렌스탐은 PGA투어 대회에서 겪었던 심한 심리적 압박감이 내게 보약이 된 것 같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반면 박지은은 최종 라운드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문턱까지는 도착했지만 결국 소렌스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장전 분패의 한을 곱씹어야 했다.
한편 첫 라운드에서 깜짝선두에 나섰던 한희원(휠라코리아)은 소렌스탐과의 36홀 맞대결 부담으로 자멸하며 공동11위(2오버파 286타), 대회 2연패를 노렸던 박세리(CJ)는 자신의 미국투어 최악의 성적인 10오버파 294타로 공동46위에 그쳤다.
안영식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