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전국을 강타했던 이승엽 신드롬이 4년 만에 재현될 조짐이다.
이승엽(27삼성)은 세계최연소 30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고 57경기 만에 시즌 30홈런을 쏘아올리며 경기당 0.526개의 페이스로 70홈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99년 자신이 세운 54홈런 신기록을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문제.
이승엽의 신들린 방망이와 함께 국내 프로야구계도 덩달아 들썩거리고 있다.
1999년 승엽 효과 1주일새 313억원
99년 국내의 모든 신문과 방송에 가장 자주 등장했던 이름은 이승엽이었다. 그가 홈런포를 터뜨리며 한국신기록을 향해 달려가자 사람들은 오늘도 홈런을 칠까로 대화를 시작할 정도였다. 그만큼 관심이 대단했다.
박세리가 US오픈을 포함해 4승을 올린 98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산한 그의 경제적 효과는 2100억원. 반면 이승엽은 99년 8월2일 대구구장에서 대망의 43홈런 신기록을 터뜨린 뒤부터 불과 1주일사이에 313억원(추정)에 달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승엽을 모델로 삼성투신증권이 운용한 홈런왕 펀드 예탁고가 6일동안에 220억원에 달했으며 나머지 93억원은 언론을 통한 광고효과, 연일 매진사례를 빚은 대구구장의 수익금, 기념품 매출액 등을 합친 것.
그뿐인가. 당시 프로야구는 96년부터 3년연속 침체일로를 걷고 있었다. 98년 페넌트레이스 총관중은 263만9119명(경기당 5236명). 그러나 이승엽이 붐을 일으킨 99년엔 322만624명(경기당 6100명)으로 58만1505명이 늘었다.
당시 한 인터넷업체는 이승엽이 아시아신기록인 56호 홈런을 날릴 경우 이 공을 잡은 팬에게 1억원을 준다는 행사를 펼쳤다. 나중에 이 업체와 삼성은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1억원을 이승엽 장학재단 창립기금으로 운용하기로 합의했지만 그만큼 이승엽 신드롬은 대단했다.
300홈런 이번주말에 터진다?
99년과 비교할 때 올해의 이승엽 신드롬은 아직 초기단계. 300홈런을 이룬 뒤에도 시즌 최다홈런 경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열기가 점점 더 높아질 게 확실하다.
이미 대구구장은 후끈 달아 있다. 주말 현대와의 3연전에서 대구구장엔 한차례 만원사례를 포함해 경기당 8824명이 입장했다. 이는 올 시즌 대구구장 1경기 평균관중 5420명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
이승엽은 99년보다는 열기가 덜 뜨거운 것 같다고 느꼈는데 지난 주말 대구 3연전에선 많은 팬들 때문에 흥분됐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홍보팀장은 이승엽이 붐을 조성하면서 프로야구 전체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대망의 300홈런은 이번 주말 SK와의 3연전이 열리는 대구구장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다. 300홈런까지 남은 홈런 갯수는 2개. 하지만 주초 LG와의 3연전이 열리는 잠실구장에서 이승엽은 올해 단 한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좌우 100m, 가운데 담장까지 125m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에선 홈런을 때려내기가 쉽지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30홈런중 20개를 뽑아낸 대구구장이 이승엽에게는 만만하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