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새해 임금협상안에 대한 토론을 벌 였다. 결산은 2003년 3월이지만 대미() 수출 호조로 대규모 이익이 확실하던 터라 조합원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집행부는 정기승급분을 보장받는 대신 기본급은 동결시키는 뜻밖의 안을 회사측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도 거셌지만 격론 끝에 올 2월 열린 대의원총회는 집행부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한국의 고급승용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렉서스를 생산하는 도요타는 예상대로 3월 결산에서 1조4140억엔(약 14조원)의 경상이익으로 3년 연속 최대이익 경신과 창사 후 사상최대 이익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노조가 따낸 것은 정기승급분(6500엔)과 작년보다 20만엔 더 늘어난 상여금이 전부.
임금보다 고용 도요타 노조의 선택=도요타 본사가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는 이름 그대로 도요타 타운. 도요타 노조의 고노 신야() 기획홍보국장은 기본급 동결에 대해 회사가 처한 상황, 경쟁업체의 동향, 자동차시장의 전망 등을 두루 감안해 내린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작년에 이익을 많이 낸 것은 미국 수출이 유난히 잘 된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덕이 컸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면서 당장의 임금인상보다 회사를 살려 장기적으로 고용을 보장받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투쟁해도 조업 차질은 금물=도요타 노사의 무분규 기록은 올해로 53년째. 경영진과 노조는 1950년 장기파업의 후유증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50일간의 파업으로 전체 근로자의 25%인 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임원 전원이 물러났다. 극한대립은 노사 모두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도요타 경영진은 10년 안에 세계 자동차업계의 선두권에 오른다는 계획에 따라 연료전지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환경친화형 차종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투자여력을 늘리려면 노조가 나서서 인건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집행부의 논리에 조합원들도 동의했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형편이 나빠지면 봉급은 깎을지 몰라도 해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년보장 약속으로 노조의 협조에 화답했다.
도요타 노조도 3월엔 상여금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본사 운동장에서 춘투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는 점심식사 시간과 퇴근 후에만 열었다. 어떤 경우든 조업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