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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능 석차 공개가 맞다

Posted September. 02, 200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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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공개로 되어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인별 석차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마다 70만명에 이르는 수능 응시자들이 개인별 석차를 몰라 겪고 있는 피해가 매우 큰 데 비해 대학서열화 방지 등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법원의 지적은 공감을 받을 만하다.

수능 석차 비공개 조치는 대입전형 방식을 다양화하고 대학 서열화를 막는다는 취지로 2002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된 것이다. 수험생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는 입시경쟁 완화라는 명분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조치 이후 대학입시에서 눈치작전이 더욱 치열해졌고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한층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이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느냐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여전히 수능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고 대학서열화 문제도 이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것은 대학 서열화 문제가 수험생의 선호도와 대학이 갖고 있는 교육여건의 차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교육당국이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의 취지도 석차 비공개가 그동안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교육당국이 개인 석차를 공개하지 않자 사설 입시정보기관들이 표본조사를 통해 만든 석차 자료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교육당국의 의도대로 석차 자료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부정확한 정보가 더욱 수험생에게 혼란을 주는 엉뚱한 결과를 빚고 만 것이다.

교육당국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대학서열화 방지라는 교육당국의 행정목표를 이루기 위해 국민이 혼란을 참아야 한다고 고집 부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논리다. 교육당국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올해 수능시험부터 석차 공개를 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