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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아! 날려줘 외야덮은 잠자리채

Posted September. 28, 200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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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요? 맞든 안 맞든 상관 안 해요. 우리 팀이 이기는 데만 신경 쓸 겁니다.

28일 대구 삼성전 선발로 나선 SK 왼손투수 김영수(28)는 경기 전 의외로 침착했다. 그는 전날 원정지인 대구에 일찌감치 도착해 숙소에서 TV로 이승엽에게 고의 볼넷을 던지다 난장판이 된 사직구장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내가 거기서 던지고 있다는 상상을 해 봤어요.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려 있었어도 롯데 팬들이 그렇게 흥분했을까요. 오늘 상황을 봐서 승엽이하고 승부할 땐 승부하고, 피할 때는 피할 겁니다. 대구 팬들도 이해해 주겠죠.

SK는 한화와 피 말리는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태. 팀을 위해 1승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김영수는 이승엽뿐만 아니라 모든 삼성타자를 상대로 1구 1구에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6회 초 삼성 선두 진갑용에게 좌중월 1점홈런을 맞을 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노히트노런의 놀라운 피칭.

이승엽의 홈런포도 막혔다. 1회 첫 타석에선 2루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날렸고 4회엔 볼넷. 6회엔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중견수 앞 2루타를 날렸으나 9회엔 볼넷으로 끝내 홈팬들 앞에서 홈런을 터뜨리진 못했다. 25일 광주 기아전에서 55호를 날린 뒤 2경기째 무홈런. 이승엽은 이제 4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아 마음이 급하게 됐다.

SK는 선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안타 1실점한 김영수의 호투와 이호준의 2점홈런 등으로 5-1의 승리를 거뒀다. 이날 오전부터 팬들이 몰린 대구구장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일찌감치 1만2000석의 표가 매진돼 이승엽 효과를 톡톡히 봤다. 9회 이승엽이 볼넷을 얻자 일부 팬들은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현대 심정수는 27일 LG와의 수원 홈경기에서 1회말 선제 2점 홈런으로 시즌 53호를 장식했다.



김상수 전 창 ssoo@donga.com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