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정부가 일부 국무위원과 대통령비서관들에게 휴대전화 도감청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모듈(칩)이 장착된 비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휴대전화를 지급해 사용토록 했다는 주장이 6일 제기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CDMA 휴대전화의 도감청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정부가 CDMA 휴대전화의 도감청 가능성을 고의로 은폐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진(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가 3, 4년 전부터 비화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사용해왔으며 올 4월 초부터 대통령경호실에서 성능이 개선된 비화칩이 장착된 휴대전화를 비서관급과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지급해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당초 청와대는 새로운 비화 휴대전화를 지난해 말부터 사용하려 했으나 휴대전화 도감청 논란이 일자 보류하고 있다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용했다고 이 관계자가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9월 초 본보 기자와 만나 청와대 통신파트에서 일반 휴대전화를 분해한 뒤 비화칩을 부착해 비화 휴대전화기를 제작한다고 밝혀 박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청와대측이 비화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도 본보의 확인 요청에 대해 전화통화로 청와대가 도청방지용 칩을 사용한 적도 없으며 새 정부 출범 후 지급받은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중도 교체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또 정통부가 2002년 8월부터 비화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에 맞춰 비화 휴대전화 구입 및 이용요금 예산을 확보하라는 공문을 2001년 각 정부기관에 발송했다며 이에 따라 부산시는 지난해 1차 추경예산 편성 때 4개월치, 올해 예산에는 12개월치의 비화 휴대전화 이용요금을 책정했고 전남도청도 비화 휴대전화기 구입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비화 휴대전화 구입비는 대당 50만원, 1개월 사용료는 3만원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비화 휴대전화 구입을 위한 공문을 내려 보낸 것은 맞지만 휴대전화가 도청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돼 예산 집행을 하지 않는 등 계획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권영세(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정통위 국감에서 2월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큐리텔이 CDMA 암호를 한 번 더 암호화해 도청이 불가능한 비화 휴대전화를 개발, 발매하려 하자 국가정보원 등이 사업을 불허했다며 결국 이 회사는 국정원의 암호 해독 능력을 넘어선 이 신제품 발매를 중지하고 시중에 배포된 시제품 200여개를 긴급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은 정부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체 사정 때문에 신제품 발매를 취소했다고 해명했다.